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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착각/이백만 경제과학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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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착각/이백만 경제과학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6.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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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국세청에서 세무조사한다던데 요금을 다시 내려야 하겠네요』『아이고, 말도 마세요. 정부 말만 듣다가 망하면 누가 책임져 준답디까. 세무조사를 하던 말던…』

단골로 들리는 동네목욕탕 주인아저씨와 나눈 대화내용이다. 충분히 짐작했던 일이긴 했지만 이제는 물가정책용 세무조사 엄포가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대기업들은 정부의 강권에 못이겨 억지춘향식으로 가격을 내리곤 한다. 주요 가전제품의 가격인하가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의 말이 걸작이다. 『이런일 한두번 당했습니까. 가격을 내린 것은 대부분 구모델입니다. 곧 새 모델이 나오면 그만이에요. 손해보고 장사할 수는 없잖습니까』

의학용어에 플라시보(Placebo)효과라는 것이 있다. 의사가 환자에게 약을 투여했을 때 약의 본래효능과는 관계없이 의사의 기대와 똑같은 약효가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심한 복통을 느끼는 어린이에게 적절한 약이 없어 소화제를 먹였는데도 감쪽같이 낫는 경우가 있다. 「선의의 가짜약」을 이용한 심리적인 치료방법이다. 플라시보효과가 통하려면 환자가 의사를 절대적으로 신뢰해야 한다. 또 환자가 의사의 처방내용을 알면 안된다.

만약 배가 아픈 환자에게 소화제처방을 했다는 사실을 환자가 알면 병이 낫기는커녕 배신감에 큰 싸움이 벌어지고 말 것이다. 이게 바로 역플라시보효과다.

정부당국자들은 과거에 플라시보효과의 덕을 톡톡히 봤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국민(환자)이 정부(의사)의 수를 꿰뚫고 있다. 가짜약 처방의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크다. 정부는 이같은 역플라시보효과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데도 가짜약처방의 미신에 젖어 있다. 민간부문에 대해서는 「경쟁력 10%이상 높이기」를 내세워 가격(요금)인하 금리하향조정 임금안정 등을 요구하면서 연말연시에 주요 공공요금을 대폭 인상하겠다는 발상이 대표적인 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한심하다는 반응이다. 정부가 뭔가 크게 착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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