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적자 25억불 효자산업 옛말/90년 기점 내리막길 2000년엔 ‘55억불’ 예상「관광 한국」이 실종됐다. 무공해·고부가가치의 유망산업으로 꼽히는 관광산업이 이땅에서는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풍부한 관광자원을 갖고도 관광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태와 원인을 조명해본다.<편집자 주>편집자>
한때 19억달러의 여행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등 국제수지 개선과 국가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해온 우리나라 관광산업이 90년대이후 낙후일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 10대 관광대국을 목표로 기대를 모았던 관광산업이 정부의 푸대접과 겹겹의 장애물로 골칫덩이로 전락하고 만것이다.
70, 80년대와는 완전히 역전된 관광산업의 파행적 몰락은 여행수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남북분단이라는 특수상황으로 관광객들이 한국을 기피하는 때도 있었지만 70년대는 연평균 1억1,000만달러, 80년대는 연 6억달러를 관광수입으로 벌어들였다. 그러나 90년대 들어서는 오히려 관광수지가 적자로 돌아서 적자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더욱이 94년 적자규모가 2억8,200만달러, 95년 3억1,600만달러로 늘어난데 이어 올해는 9월말 현재 수입 36억9,800만달러, 지출 56억5,500만달러로 벌써 19억5,700만달러의 관광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적자규모는 유학생경비를 제외할 경우 지난해 동기대비 5배가 넘는 수치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관광수지적자는 25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는게 관광업계의 추정이다. 올해 예상되는 경상수지적자 200억달러의 12.5%를 관광산업이 차지하는 셈이다. 우리나라를 찾는 외래 관광객도 증가율이 94년 7.5%, 95년 4.8%로 둔화하더니 급기야 올해는 9월말 현재 269만명으로 지난해 대비 3.1% 줄었다. 그러나 해외 출국자수는 94년부터 20∼30%의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90년을 기점으로 관광산업의 호경기에 종지부를 찍고 수십년간 지속해온 관광흑자 기조가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홍콩의 권위있는 여행전문지 「비즈니스 트래블러」지가 독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도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침몰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도시별 교통상황과 대기오염 물가 등 모두 12개 항목에 관한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서울은 세계 46개 대도시가운데 39위를 차지해 하위권에 속했다. 서울은 마닐라 자카르타 타이페이 양곤 모스크바 북경(베이징) 등보다 부정적으로 평가돼 외국인 관광객들의 평가가 예상밖으로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주고 있다. 94년 31위, 95년 35위였던 서울이 이번 조사에서 더욱 뒤쳐지고 있는 것은 관광수지의 적자폭이 크게 증가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의 관광수지 적자가 경기침체와 맞물려 일어나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국내 관광수지 적자폭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외국은 관광산업으로 갈수록 재미를 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관광수입증가율이 하강세로 돌아선 90년대 들어서도 싱가포르 홍콩 타이페이 등은 95년에만도 관광수입이 7.2% 증가했으며 올해도 6∼8%의 고도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현추세대로라면 2000년 우리나라의 관광수지적자는 55억달러, 2005년에는 12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문화체육부의 분석보고서는 관광낙후국으로서의 우리나라의 현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선연규 기자>선연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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