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인사철 재계 ‘찬바람’「소폭 승진, 대폭 퇴진」 「공격적 경영자 전면배치」
연말 정기인사철이 다가오면서 재계가 서서히 인사바람으로 술렁이고 있다. 올 정기인사는 불황의 주름살이 날로 깊어가고 감량경영이 각 기업으로 확산되는 와중에 실시돼 어느때보다 찬바람이 감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경기호황으로 사상최대의 승진인사가 있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승진은 소폭에 그치고 문책이나 세대교체성 인사가 대세를 이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내년 1월에 사장단인사를 실시하는데 이어 1월말이나 2월초에 임원인사를 단행할 계획이다. 올해 반도체의 불황으로 그룹경영 전반에 큰 압박을 받고 있는 삼성그룹은 이사급만 100명 등 377명의 임원이 대거 승진했던 지난해와 달리 승진폭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은 특히 원가 30%절감운동을 벌이고 한계사업을 과감히 정리한다는 방침이어서 승진폭은 더욱 좁아지고 사업내용이 부실한 임원에 대한 강도높은 문책인사가 있을 것으로 그룹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그룹구조 자체에도 큰 변화를 시도하고 사령탑 역할을 하는 비서실의 개편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해 대그룹중 가장 많은 385명의 임원을 승진시켰던 현대그룹은 내년초 정기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현대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인사폭은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으나 승진인사는 다소 줄어들지 않겠느냐는게 일반적인 전망.
현대그룹은 또 지난달 이내흔 전 현대산업개발 사장을 현대건설 사장으로 전격발령하는 등 주요 사장단에 대한 문책성 인사를 단행한바 있어 이번 정기인사에서도 이같은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와 함께 이 현대건설사장에 대한 인사처럼 과감한 추진력을 가진 「공격형 경영자」가 전면에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상위그룹중에서는 가장 이른 12월 중순께 임원인사를 실시할 예정인 LG그룹도 사상 최대의 승진 및 발탁인사를 했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 승진폭은 예년수준을 유지하거나 밑돌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그러나 구본무 회장이 직원들의 사기에 무엇보다 신경을 쓰고 대규모 명예퇴직 바람이 재계를 휩쓸때 「감량경영은 없다」고 선언한 바 있어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12월말께로 예상되는 대우그룹 인사는 해외사업의 비중이 높아가는 것을 반영, 임원 상당수가 해외로 전보발령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두드러진 특징. 또한 비자금재판이나 대우중공업의 뇌물사건 등으로 흐트러진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해 과감한 세대교체형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승진인사폭은 지난해(336명)에는 다소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주)선경인더스트리의 대규모 명예퇴직과 (주)선경 및 선경건설의 이사급 인원감축 등 활발한 감량경영을 추진해온 선경그룹은 정기인사에서도 이를 반영할 것으로 보여 결과가 주목된다. 지난해 102명에 대한 승진인사를 한 쌍용그룹도 올해 경영내용이 전체적으로 부진했던 점을 감안하면 승진인사도 대폭 줄 것이라는게 일반적 관측.
한화는 김승연 회장이 지난달 그룹의 원로경영진 5명을 그룹고문으로 위촉하는 등 경영진 세대교체를 선언한 바 있어 이번 정기인사에서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배정근·남대희 기자>배정근·남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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