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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한국인/파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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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한국인/파리에서

입력
1996.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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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인 소재전시회 「프리미어 비종」이 끝나면 파리는 다시 한 번 떠들썩해진다. 이 행사에 바로 이어지는 파리컬렉션을 보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저널리스트, 바이어, 사진작가… 그리고 패션모델들이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사람전시장」을 방불케 하며 이 곳을 찾는 것이다.파리컬렉션 기간에 파리에 온 사람들은 대체로 「보는 자」들이다. 패션과 사람을 보기 위하여 파리에 온 것이다. 그런데 「보는 자」로서 이 곳에 온 사람들을 「보이는 자」로 만드는 곳이 파리이다. 「자기표현」으로서의 옷입기 하나만으로 「보이는 자」가 될 수 있는 곳이 이 기간의 파리인 것이다.

컬렉션 기간에 파리를 활보할 때 주의 사항이 있다면 절대로 시즌이 지난 「프라다」나 「요지 야마모토」를 걸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철지난 상표나 세탁소 딱지를 단 옷을 걸치고 태연하게 거리를 활보하는 것과 같다. 단언컨대 이 기간 중에 파리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십중팔구 옷에 관한한 자타공인 프로들이다. 당신의 옷이 몇 년도 어느 시즌 누구의 컬렉션 것인가, 혹은 그 유사품인가까지 다 안다. 당신이 입고 있는 옷의 질과 재단상태만 봐도 위에서 아래… 구두까지 합쳐서 얼마짜리인가를 알아맞출 수 있다. 이런 이들에게 「보이는 자」로 눈에 띌 자신이 없으면 나처럼 아예 애매모호한 라벨로 무장하는 길이 최선의 방법이다.

몇년 전부터 동양 디자이너들의 진출이 부쩍 늘었다. 특히 곳곳에서 한국말이 들리기 시작해 자못 흥미진진해졌다. 놀라운 것은 옆에서 함께 다니던 동료 외국인디자이너가 한국인들을 정확히 구별해내는 것이다.

단발변형 컷트에 「A」라인의 나일론 재킷코트, 가볍게 펼쳐진 나팔바지에 굽 높은 앵클 부츠, 프라다 스타일의 가방을 맨 사람들이다. 검자주색 루주를 발랐다면 정말 틀림없다. 어쩌면 한결같이 똑같은 모습인지….<강해숙 디자이너·스위스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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