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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을 걱정하는 사회/임철순 사회부장(데스크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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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을 걱정하는 사회/임철순 사회부장(데스크 진단)

입력
1996.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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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부터 우리는 군과 각종 무기의 모습을 실컷 보아왔다. 9월18일 강릉에 북한 무장잠수함이 나타난 이후 군의 모습은 연일 언론에 보도됐다. 국군의 날로 시작된 10월에는 무기중개상 권병호씨의 폭로로 이양호 전 국방장관의 비리혐의가 드러나면서 무기중개와 군사기밀을 둘러싼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고, 21일부터 1주일간 서울에어쇼가 열려 각종 첨단전투기가 선을 보였다. 이어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양해각서 교환, 독수리훈련을 비롯한 한미합동군사훈련, 11월5일 무장공비잔당 2명의 사살 등을 지켜보면서 국민의 국방과 군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그러나 그 관심은 이내 군에 대한 걱정으로 바뀌었다. 공비소탕작전과정에서의 오인·오발로 인한 사망사고, 이 기간에 잇따라 일어났던 군부대에서의 탈영과 총기사고는 아들을 군에 보낸 부모들을 잠 못 이루게 했다. 이미 오래 전 공비에 의해 살해된 병사를 제대로 찾아보지 않은채 탈영병으로 처리, 수사해온 사실도 드러났다. 사살된 공비 2명은 메모를 통해 우리 군의 허술함을 증언해주고 있다. 게다가 국방장관은 군의 기강을 바로잡고 신상필벌을 확립한다는 명분아래 공비소탕작전 책임자 처벌을 선언했다. 여론이 좋지 않자 국방부는 7일 『작전이 끝난 뒤에는 각 작전부대와 군단, 군사령부별로 평가회의를 갖고 문제점을 보완하고 복무규율 등 위반자에 대한 문책과정을 밟는 것이 통상적인 절차』라고 해명했다. 이번 작전도 그같은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신상필벌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공비소탕작전 책임자 문책을 위한 조사기구를 운용할 계획은 없다고 해명했다.

공비소탕작전이 계속되는 동안 항간에는 신세대병사들의 나약함을 개탄하는 말이 많았다. 공비가 무서워 수색·매복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거나 총기를 다루는 일이 서투르다는 따위의 말이었다. 장교가 많이 희생된 이유도 겁이 많고 사기가 떨어진 사병들을 독려하기 위해 앞장에 섰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다. 신세대병사들이 과거의 군인들보다 나약한 것은 사실일 것이다. 요즘 군인들은 물불을 가리지 않을 만큼 「무식」하지 않으며 목숨이 소중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을 주눅들게 하고 사기를 떨어뜨리게 만든 요인은 군 내부에도 있다. 이전장관의 경우에서 드러난 바처럼 여전한 진급비리와 뇌물수수, 김동진 국방장관의 경우에서 드러난 바와 같은 부하에 대한 애정과 관심부족이 공비에 대한 공포에 상승작용을 한 셈이다.

국방부는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2조2,016억원이 늘어난 14조4,450억원으로 편성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무장공비 침투사건에 따라 북한의 기습침투대비 취약전력 보강이 시급하며 대공방어능력 보강을 위해 최소한도로 필요한 수준의 추가예산 편성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취지이다. 우리와 같은 분단국가, 특히 북한의 위협이 증대된 상황에서는 예산증액은 필요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예산증액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군의 사기진작이며 군의 면모를 일신하는 일이다. 군이 국민의 안위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국민이 군을 걱정하는 사회는 불행하고 불안하다. 공비잔당중 1명은 아직도 행방이 묘연하지만 어쨌든 소탕작전은 51일만인 7일 하오 5시를 기해 끝났다. 소탕의 대상은 이제 군의 사기를 좀먹는 군 내부의 비리와 불합리, 무기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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