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관계개혁위원회가 노사의 대타협에 실패했다. 이제 공은 정부로 넘어가게 됐다. 정부 일각에서는 노사타협의 유도가 본질적으로 지난한 문제인데다가 정치적인 위험부담도 커 노사관계 개혁과제를 미루라는 주장이 강력히 대두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그러나 그것은 문제를 미루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책임정치의 실현을 위해서는 정부가 취할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시한을 정해놓고 무리하게 「타협」을 짜내라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모든 역량을 동원,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다. 노개위의 심의과정에서도 관계당국자가 뒷짐만 지고 있는 것은 아니나 노사측의 자율타결이 좌초된 이상 이제는 정부가 표면에 나서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첫째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고임금 등 고비용 저효율체제의 돌파구를 여는데 노사관계의 개혁처럼 안성맞춤의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둘째 노사 양측이 그동안의 협의에서 이미 상대방의 입장을 상당히 숙지하게 됐고 의견도 상대수준까지 접근시켜 정부의 조정여하에 따라서는 타결의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 같다는 것이다.
셋째 현단계에서 중도 포기한다면 시작하지 않은 것만도 못하다는 것이다. 노개위 논의 과정에서 사실상 한국노총에 상응하는 상급노동단체로서 「예우」했던 민주노총을 노사타협이 실패했다고 해서 다시 「불법노조단체」로 환원시키기가 어려울 것이다. 민노총을 노개위에 참여시킨 것은 그들의 합법화를 전제로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어떻든 그들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유입시키라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합리적인 타협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중도포기의 경우 가장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정부의 국정수행능력에 대한 회의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은 김영삼대 통령의 집권후반기다. 내년의 대통령선거와 관련하여 벌써부터 대통령의 권력누수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이번에 정부의 방관으로 노사관계개혁문제가 표류한다면 이러한 우려가 조기에 가시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정부는 국제경쟁력제고 등 경제난국의 타개를 위해서 뿐만아니라 국정표류의 위험성을 막기위해서도 이제는 노사관계개혁을 주도해야 한다. 하다가 실패하는 경우에도 정부로서는 할일을 다했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현재로서는 정부가 노개위에서 노사가 논의했던 것을 바탕으로 단독으로라도 노동법개정안을 내놓아야 할 것 같다. 정부안은 원칙적으로 미국의 노동법정신을 수용, 복수노조와 정리해고의 도입 등 노사상호간에 힘의 균형이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노사당사자들은 물론 야당 등 정치권도 정부의 타결노력에 대아의 차원에서 협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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