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장않고 평소 옷차림으로 활동연세대사태를 주도했던 한총련 간부들은 1만명이 넘는 병력이 투입된 농성장을 어떻게 탈출했고 이후 어떻게 경찰의 추적을 피했을까. 이를 놓고 대학가에서는 그간 『지하의 비밀통로로 빠져나갔다』 『일부는 일본으로 갔다』 『여자로 변장해 다닌다』 등 갖은 소문이 나돌았다.
이같은 의문이 지난달 28일 세종대에서 검거된 서총련 의장 박병언씨(23·연세대 총학생회장)의 도피행적으로 풀리고 있다. 박씨는 정명기 한총련의장 유병문 조통위원장과 함께 한총련의 공개지도부를 이끄는 3대핵심중 한 명. 박씨의 입을 통해 나온 한총련간부들의 연세대 탈출과 도피행적은 의외로 단순했다. 주사파계열이 이끄는 대학에 숨어 있을 것이라는 경찰의 판단을 역이용, 비운동권학생회장이 있는 대학에서 주로 생활했다.
68일동안 서울시내 대학을 전전하다 붙잡힌 박씨는 당초 농성장(과학관)의 지하보일러관 등 비밀통로를 통해 도망친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 섞여 농성장뒷문을 통해 연희동쪽으로 달아났다. 박씨는 경찰이 강제해산에 나선 8월20일 상오 10시 기자회견을 자청, 경찰의 시선을 끌어 정의장 등 지도부를 먼저 주택가인 과학관 뒤편으로 빼돌린 뒤 같은 코스로 도망갔다.
이후 박씨는 비운동권출신이 학생회장이라 경찰감시가 소홀한 홍익대를 주근거지(43일 거주)로 국민대 성균관대 세종대 건국대 서울대 등으로 옮겨 다니며 3∼4일씩 머물렀다. 대학에 들어갈 때는 등교생이 많은 상오시간대를 주로 이용했다. 그가 도피생활중 쓴 돈은 41만원. 박씨는 『대학식당을 이용하고 학생회사무실에서 잠을 잤기 때문에 택시비만 있으면 됐다』고 말했다. 80년대 학생운동간부들이 여장을 하는 등 변장을 했던 것과 달리 박씨는 혼자서 평소옷차림을 하고 다녔다. 이는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게 훨씬 안전하다』는 새로운 「도피지침」에 따른 것이었다.<이동국 기자>이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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