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의 대외정책을 총괄 지휘하는 외무장관이란 직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특히 오늘날과 같은 치열한 국제경쟁시대에 대외정책의 총수가 갖는 중요성이나 상징성에 대해서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공로명 외무장관의 돌연한 퇴진을 많은 사람들이 의아함의 차원을 넘어 충격적으로 받아 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영삼 대통령이 6일 상오 그의 사의를 받아들여 후임에 유종하 외교안보수석을 전격 기용한 것도 외교사령탑이란 자리를 단 한시도 공석으로 둘 수 없는 현실을 입증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외무 경질의 긴박성이나 돌출성을 설명해 줄 사유가 불분명한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공장관 사퇴배경으로 제시한 그의 건강상 이유는 여러 정황으로 보아 별로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가뜩이나 비리연루로 삭탈관직에 형사소추 대상에 오른 이양호 전 국방장관에 이어 안보관련 장관의 중추인 외무장관이 또 어떤 이유에서이든 분명한 설명도 없이 교체되는 사태에 많은 국민은 당혹한 표정을 짓지 않을 수 없는게 현실이다.
지금 시중엔 그의 갑작스런 퇴진사태를 두고 말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예컨대 인민군 복무설이나 외교안보팀간의 불화설 등 근거는 물론 출처불명의 얘기들이 나돌고 있으나 모두 「돌연사퇴」를 설명하기에는 불충분하다. 우리는 공장관의 40년 외교관생활, 특히 외교적 긴장이 있을 때 트러블 슈터(분쟁해결사)로서의 공로를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개인적인 명예 퇴진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외무장관이라는 공직의 신뢰성을 위해서라도 있는 그대로의 퇴진사유가 밝혀져야 할 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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