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재판주의 재천명인기댄스그룹 「듀스」의 전멤버 김성재씨(당시 23세)를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된 김유선 피고인(26·여)에게 항소심이 무죄를 선고한 것은 6월 치과의사 모녀피살 사건으로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됐다 2심에서 무죄로 풀려난 이도행씨(33)에 이어 나온 것으로 법원의 증거재판주의를 재천명한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건강한 피해자가 갑자기 사망했고 사체에서 주사자국과 김피고인이 구입한 졸레틴 등의 약물이 검출된 점 등은 김피고인도 인정하는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같은 정황증거가 김피고인을 살해범으로 인정할 확고한 증거가 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김피고인은 지난해 11월 서울 S호텔별관에서 김씨에게 주사기로 동물마취제인 졸레틴 등을 집중투약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었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에서 검찰이 내세운 정황증거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우선 김피고인이 구입, 범행에 사용했다는 황산마그네슘 3.5g과 졸레틴50㏄ 1병은 치사량이 되지 않는다며 검찰 공소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피고인이 다른 약물을 함께 투입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를 인정할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증거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정황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할 수는 없다며 기존의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검찰의 정황증거에 대해 재판부는 ▲사체에서 검출된 소변양으로 추정되는 소변시간과 사망추정 시간이 10여분 차이에 불과, 살해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김피고인이 애인인 김씨를 살해할 만한 충분한 동기와 범행방법이 부자연스럽다고 판시했다.
법원이 잇따라 「증거재판주의」원칙을 토대로 무죄를 선고함에 따라 검·경이 과학적 수사없이 정황증거만으로 유죄를 주장해온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이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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