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 좋아도 회복기 공백 불가피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드디어 심장수술을 받았다. 지난해부터 심각한 건강이상설에 시달려온 옐친 대통령이 9월5일 건강상의 문제를 인정하고 심장수술을 받기로 했다고 발표한지 꼭 두달만이다. 심장의 국소빈혈현상을 「바이패스」방식으로 치유한 이번 시술은 그가 수술대위에서 상당시간을 보내야하는 「권력유고」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러시아 정국에 심각한 위기국면을 조성하고 있다. 옐친 대통령은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향후 최소한 6∼10주간 회복기를 필요로 하고 있어 그의 집권 2기 출범과 함께 촉발된 크렘린과 행정부, 국가두마(의회)간의 권력투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옐친 대통령은 수술대에 오르기전 핵통제권을 비롯한 모든 권한을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총리에게 이양했다. 그러나 대통령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된 현 러시아 체제에서 체르노미르딘 총리가 대통령권한을 대행하는데는 상당한 제약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체르노미르딘 총리가 대통령 권한 대행이라기 보다는 「대리자」에 머물 것이라는 시각에서다.
실제로 옐친 대통령은 자신의 유고시 「권력누수현상」을 막기 위해 대권욕심을 앞세워 권력투쟁을 벌인 알렉산데르 레베드 국가안보위 서기를 지난달 17일 해임하고 알렉산데르 코르자코프 전 대통령경호실장을 전격예편시키는 등 사전정비작업을 펴왔다. 또 그는 총리와 크렘린 행정실장 상하원의장으로 구성되는 4인정치자문위의 구성을 지시했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가 크렘린 안팎의 권력투쟁을 제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오히려 레베드 안보위 서기의 축출이후 권력강화에 열을 올려온 아나톨리 추바이스 대통령 행정실장과 체르노미르딘 대통령권한대행간의 권력투쟁 2라운드가 본격 시작되면 정국의 향방은 가늠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5일부터 막을 올린 러시아공산당 주도의 반정부시위는 크렘린과 야당세력간의 힘겨루기를 초래, 정국혼란을 더욱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
옐친 대통령의 수술이 자칫 잘못될 경우, 우리의 10·26사태직후를 연상케하는 여야의 「세몰이 경쟁」이 치열해질수도 있다. 국제적으로는 러시아의 핵단추가 제대로 관리될지 여부가 최대관심사다.
분석가들은 옐친 대통령의 수술이 예상보다 빨리 이뤄진데 대해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다. 수술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일부 악소문이 진화되고 그만큼 조속한 정국의 안정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
◎수술대 옐친 “칼 준비됐소?” 농담/미 대선에 혁명기념일 절묘한 택일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은 5일 수술이 잘 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수술실에 들어갔으며 주치의에게 『칼 준비 됐소?』라고 농담까지 했다고 세르게이 야스트르젬스키 대통령 공보관이 밝혔다.
그는 옐친 대통령이 차조프 심장센터에서 수술하기 직전 세르게이 미로노프 수석 주치의를 보고 이같이 농담을 걸었다고 전했다.
한편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옐친 대통령에게 조속한 쾌유를 비는 전문을 보냈다고 마이크 매커리 백악관대변인이 밝혔다.
이날 상오 7시(현지시간) 시작된 수술은 시기가 절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 대통령 선거가 이날 실시되고 국내적으로는 7일부터 혁명기념일 휴일이 이어져 국내외의 관심을 피해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수술은 당초 9월말∼10월초로 예정됐으나 세계적인 심장전문의인 미국의 마이클 드베이키 박사의 의견을 받아들여 6∼10주 뒤로 미뤄졌었다.
그러나 수술은 예상을 깨고 5일 실시됐다. 미 대선에 언론의 관심이 쏠리게 되는 만큼 수술에서 관심이 멀어지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옐친이나 수술팀은 그만큼 부담이 줄기 때문이다.
국내사정도 고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국민들이 본격적인 겨울을 앞두고 마지막 연휴를 즐기거나 월동준비에 들어가 정치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시기를 골랐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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