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부터 만신창이 “경부고속철 잘 될까”/서울∼대전 38회 바꿔/사업비 2,340억 증액/완공 크게 늦춰질듯경부고속철도 경주통과노선에 이어 지반 침하 및 붕괴위험성이 제기돼온 상리터널 노선도 변경키로 결정됨에 따라 엄청난 예산손실 및 공기지연이 우려된다. 경기 화성군 봉담면 상리에 건설중인 상리터널은 국내외 전문가들의 정밀검토 결과, 이 일대의 폐광인 삼보탄광의 지하갱도를 관통, 지진이 발생하거나 열차의 진동이 심할 경우 안전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결과 터널 중간부분 700m에 걸쳐 22개의 폐갱도(총연장 16㎞)가 확인됐고 주변에는 확인되지 않은 갱도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 노선변경안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우회노선을 택해 11㎞의 노선을 변경했을 경우 현 노선에 비해 1,759억원의 사업비가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공단은 180m짜리 폐갱도 1개가 발견된 조남1터널의 경우 길이가 짧고 폐광규모가 작아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광업진흥공사의 폐갱도현황 조사가 마무리 되지 않아 안전을 확신하기는 아직 이르다.
경부고속철도 노선인근의 폐광지역과 자연동굴은 상리·조남1터널을 제외하고도 무려 31개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33개중 노선과의 거리가 50m이내여서 일반적인 안전기준상 붕괴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것만도 4개나 된다. 또 노선과 50∼500m거리에 있는 것이 6군데, 500∼1,000m이내가 5군데, 1,000m이상이 18군데인 것으로 확인됐다. 공단은 광업진흥공사의 폐갱도 정밀조사 결과가 97년 2월께 나올 예정이지만 현재까지 확인된 폐갱도는 대부분 조남1터널 수준을 밑돌고 있어 콘크리트 보강공사만 하면 안전성 확보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지 주민을 통한 탐문조사에서만 30개이상의 폐갱도 및 자연동굴이 발견된 점을 감안하면 폐광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불거져 나올 가능성이 크다.
빈번한 설계변경도 졸속시공의 우려를 낳고 있다. 공단은 당초 국내 기술수준 향상과 외화절약을 이유로 노반설계를 국내업체에 맡겼다. 그러나 94년 7월 공사비 절감을 위해 PC빔으로 설계한 교량상부구조가 고속열차의 하중을 견디는데 문제가 있다는 외국 전문가의 진단에 따라 PC박스로 변경할 수 밖에 없었다.
공단측은 지금까지 공사가 진행중인 서울-대전간 11개 공구에서 총 38회의 설계 변경으로 2,340억원의 사업비가 증액됐다고 밝혔다.
94년 6월 TGV차량 선정후 시험선 구간 교량의 주요형식에 대한 설계검증도 국내업체에 맡겼으나 기술적으로 소화해내지 못함에 따라 프랑스업체에 재의뢰한 상태이다. 공단관계자는 『국내업체의 기술수준을 과신해 실수한 부분이 있다』고 실토했다.
대전·대구역사의 지하화도 계획이 여러차례 변경되면서 설계변경, 인·허가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전역사 지하화는 기존 철도의 지상선로 40개와 건물 50동을 이전해야 하나 철도청과의 협조가 안돼 착공시기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공단은 폐광지역 실태조사, 경주노선과 상리터널 노선 변경계획을 확정한 뒤 97년 3월까지 종합적인 경부고속철도 사업조정계획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잦은 설계변경과 토지수용 문제로 차질을 빚어온 경부고속철도가 또 다시 주요 터널의 설계변경이란 복병을 만남에 따라 2001년말 완공 일정은 크게 늦춰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정병진 기자>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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