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갑작스럽게…” 관심 증폭/전날 만찬주재 “건강상 이유” 의아/“대북정책 등 둘러싸고 갈등” 무게/사정 관련설도… 4자회담 등 파장 클듯공로명 외무장관의 갑자스런 사표제출이 있자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외무부는 5일 밤 6일자 조간신문에 사실이 보도된 후에도 이를 부인하다 몇차례 긴급간부회의를 거친 끝에 공장관이 건강상의 이유로 이수성 총리에게 사표를 제출했다고 짤막하게 확인했다. 외무부 당국자는 『올해로 64세인 공장관이 그간 거듭된 해외출장에 따라 누적된 피로로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다』고 말했다. 이는 청와대측의 발표내용과도 동일하다.
그러나 청와대나 외무부측의 이같은 발표내용은 공장관의 전격적인 사표제출 배경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는게 중론이다. 신병이 있다고 해서 아·태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 및 한미정상회담을 불과 보름 앞둔 시점에 주무장관이 갑자기 사표를 제출했다는 것이 사리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건강악화에 따른 것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갑작스럽게 일이 처리됐기 때문이다.
공장관은 사표제출 하루 전인 4일 하오 에야 이수성 총리에게 전화로 사의를 표명했다. 외무부 당국자들조차 『몸이 불편해 4일 출근하지는 않았으나 이날 밤 공관에서 외빈을 위한 공식만찬을 주재하는 등 일상업무를 수행해 별다른 징후는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건강악화에 따른 것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갑작스런 결정인 셈이다.
사표제출 과정도 석연찮다. 사표를 총리실에 전달한 외무부 당국자는 언론보도 후에도 사표제출 사실을 부인하다가 『서류봉투를 전달하라는 지시를 받고 무엇인지 모르고 총리실에 건네줬다』고 곤혹스럽게 말했다.
이같은 정황을 감안할 때, 공장관의 사표제출 배경은 건강 이외의 결정적 요인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유력해진다. 이와관련, 최근 공직자 사정과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민원부처가 아닌 외무부의 특성상 비리 연루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대부분의 시각이다. 더구나 외무공무원으로서의 자존심이 누구보다 높았던 공장관의 평소 성품으로 볼 때 비리는 생각할 수도 없다는 것이 외무부 직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태익 기획관리실장은 『공장관의 사표가 불명예와 관련된 것은 결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설득력을 갖는 관측은 정부정책을 둘러싼 갈등 속에서 공장관이 사표를 「던졌을」가능성이다. 외부에 의한 강제가 아닐 경우 공장관이 현재 외부와 일체 연락을 끊고 있는 점도 이같은 관측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외무부 당국자는 『2주 전쯤에 인사문제 등과 관련해 공장관을 음해하는 괴문서가 돌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모 기관에서는 인사 및 업무잡음과 관련해 청와대에 보고서를 올렸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최근 한미관계 및 대북정책을 놓고 부처간 갈등설이 정부주변에서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공장관의 갑작스런 퇴진은 4자회담 추진 등 민감한 대북정책이 산재해 있는 상황에서 우리 외교에 적지않은 충격파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사표제출시기가 공직자 사정이 예고돼 있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장인철 기자>장인철>
◎정치권 반응/여 외교안보팀 불화설 강력 부인/야 “안보전반 구멍” 쟁점화 태세
정치권은 공로명 장관의 사표제출의 전격성에 주목하면서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한국당은 공장관의 사표제출에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당직자들은 공장관의 사표제출을 이날 밤 뒤늦게 알고 사표제출배경에 관심을 보였다.
신한국당은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외교안보팀 불화설에 대해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손학규 제1정조위원장은 『여권내부에 불화가 있다면 조용히 경질하면 되는 것이지 굳이 사표를 제출할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국민회의 등 야권은 공장관의 갑작스러운 사임을 이 전장관 비리사건과 연계, 『국가안보 전반에 구멍이 뚫린 위기상황』이라고 규정하며 정치쟁점화할 태세다. 국민회의·자민련은 6일 당무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한뒤 이날 열리는 국회 통일외무위에서 사임배경에 대한 진상규명과 국방장관에 이어 외무장관이 퇴진하게된 데 따른 책임 등을 집중추궁할 예정이다.
국민회의는 공장관의 사표제출 사실이 알려지자 정동영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발표, 『이양호 전 국방장관에 이어 외무장관마저 사표를 제출함으로써 안보에 구멍이 뚫리고 국민을 불안케 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등 발빠른 대응을 보였다.
정대변인은 논평에서 『정부는 비리의혹 등 공장관 사표제출의 진정한 이유를 밝혀라』고 사임배경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건강상의 이유는 납득되지 않는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또 『이 전국방장관에 이어 외무장관의 사임으로 안보내각에 구멍이 뚫린것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비난했다.
야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공장관의 사임은 대북 및 한미외교 노선등을 둘러싼 여권핵심부와의 갈등으로 빚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유승우·김광덕 기자>유승우·김광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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