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주중 몸냄새 없애려 향수 소지/희생장병 가족들 오열하다 혼절무장공비 잔당 3명중 2명이 사살되자 군과 강원도 주민들은 공비소탕작전이 사실상 종결됐다며 안도했다.
▷현장◁
○…공비 2명이 사살된 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3리 연화동계곡에는 공비와 아군 희생자들이 흘린 피비린내와 나무둥치 곳곳에 박힌 탄흔들로 치열한 교전상황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사살현장에서 50여m떨어진 용대자연휴양림 입구 통나무 방갈로 옆쪽에는 상오 4시28분 첫 교전에서 공비가 던진 수류탄에 패인 웅덩이가 패어 있었다.
○…공비들의 몸에선 악취가 진동했고 얼굴과 손발은 시커멓게 때에 절어 49일간의 산속 도피생활의 비참함을 엿볼 수 있었다. 얼룩무늬 야전점퍼와 군복하의 차림에 민가에서 훔친 것으로 보이는 감색 운동복을 입었고 회색 양말에 각각 검정색 단화와 등산화차림이었다. 특히 이 중에는 8켤레의 양말과 양초, 밥덩이가 담긴 시커멓게 그을린 냄비, 조미료, 소금, 일회용라이터 14개, 말린 산나물, 버섯 등도 나와 이들이 민가를 비교적 손쉽게 드나들며 필요한 것들을 훔친 뒤 도주를 계속해 왔던 것으로 추측됐다. 또 몸에서 나는 악취를 견디기 힘들었던지 민가에서 훔친 것으로 추정되는 향수병도 발견됐다.
○…군은 사살현장에서 공비들이 갖고 있던 일련번호가 없는 미제 M16 소총 2정과 실탄 120발, 미제 45구경 콜트권총 2정과 실탄 18발, M26 수류탄 2발 등 공작장비 25종 2백13점과 일반장비 38종 67점을 수거했다. 또 전자장비를 싸는 방수비닐봉지와 북한제 얼룩무늬 배낭, 일제 캐논카메라와 접사렌즈, 수중 나침반, 일제 세이코시계 3개, 지혈·진통제 등 구급약품, 절단기, 단안경 등도 나와 이들이 이미 사살된 공비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충분한 장비와 무기를 소지했음이 드러났다.<인제=곽영승·서사봉 기자>인제=곽영승·서사봉>
▷영현소◁
○…전사자들의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서울의 국군수도병원 영현실에는 김영삼 대통령 김대중 국민회의총재 도일규 육참총장 임재문 국군기무사령관 등 각계인사 80여명이 잇달아 방문, 오영안 대령 등 3인의 넋을 추모했다. 다쳤다는 연락만 받고 병원에 달려 온 오대령의 부인 윤옥순씨(45)는 사망소식을 듣고 그 자리에서 혼절, 주위사람을 안타깝게 했다.
○…703특공연대 서형원 대위의 영정을 지키고 있던 형 용원씨(49)는 『동생이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통솔력이 뛰어난데다 붙임성이 좋아 훌륭한 군인으로 대성할 수 있었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오대령과 함께 향로봉일대에서 수색작업을 벌이다 숨진 강민성 상병의 어머니도 『우리 아들이 앞장서 공비의 총에 맞았다. 이제 아무런 희망이 없다』고 울부짖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홍덕기 기자>홍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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