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 수색요구 군당국서 묵살/동료들과 싸리작업 나갔다 참변/군인수첩엔 “대충대충…” 충격/지난달 22일 살해 시신도 못찾아「대충대충 넘긴 하루 무너지는 안보태세」. 10월22일 동계작전 준비를 위해 동료 13명과 함께 싸리나무베기 작업을 하다 무장공비에게 살해된 것으로 밝혀진 표종욱 일병(21·2사단 노도부대 공병대대)은 군복무에 충실한 사병이었다. 공비잔당이 입었던 야전점퍼에서 나온 그의 군인수첩에는 이같은 문구와 함께 요즘의 세태를 한탄한듯, 「쌓여가는 태만, 낭비…」라는 글씨가 빽빽하게 적혀 있었다.
표일병이 입대한 것은 올해 4월16일. 국민대 국문과 3학년을 휴학하고 입대했다. 친구 김길성군(22·국민대 국문3)은 『무난하고 개방적인 성격이어서 친구들이 많았고 과 노래패에서도 활동했다』고 표일병을 회고했다.
언론인의 꿈을 키워가던 그의 군인수첩 마지막 장에는 누군가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인 것같은 내용이 깨알같은 글씨로 씌어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편지를 받아야 하는 내 자신과 보내만 달라는 이기적인 마음을 볼 수 있었다. 비상중이어서 쓸 겨를도 없었던 것이 사실이나 계속해서 미루다간 언제 한 번 쓸지 몰라 막상 쓰게 된 것일지도 모르지. 이제 일병을 달고 군생활도 적응했지만 원인 모를 동경이 계속되고 있다…」
표일병은 통관업무를 하는 E관세사에 다니는 표찬능씨(56)와 박영하씨(50)의 외아들(1남2녀중 막내). 표씨부부는 아들의 실종소식을 들은 이후 식음을 전폐하고 수색작업을 벌이는 소속부대를 쫓아다니고 친했던 친구들을 찾아 헤맸다. 그러나 군당국은 탈영한 것으로 판단, 헌병대 수사관을 서울 송파구 삼전동 표일병 집에 보내 귀대를 설득해주도록 종용했다. 표씨는 당시 부대로 찾아가 『탈영할 이유가 없다. 사고 아니면 공비에게 살해됐을 것』이라며 수색을 촉구했으나 묵살당했다고 말했다.
군은 5일에야 공비 2명 사살현장에서 이들이 표일병의 야전점퍼와 군복상의를 입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공비가 소지한 수첩에도 「표종욱 일병의 옷을 빼앗아 입고 은신…」이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그러나 아직 시신도 찾지 못했다.
부대측은 5일 전화로 표일병의 사망소식을 전했다. 어머니 박씨는 이 날 TV뉴스를 통해 둘째 딸 주연씨(24)가 동생 표일병에게 선물한 시계가 유품으로 보도되자 『종욱아!』하고 외친뒤 혼절했다.<서사봉(인제)·윤순환 기자>서사봉(인제)·윤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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