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한 재해석 “색다른 감동”만추가 가고 있다. 이 계절에 듣는 노래는 정취를 풍긴다. 가을의 끄트머리 정서. 섬세한 클래식이나 인간미 짙은 재즈가 어울리지 않을까.
클래식과 재즈에는 제목에서부터 가을에 취한 작품이 있다. 작곡된 이래 꾸준히 연주되거나 재해석돼 오고 있는 명곡들이다.
클래식으로는 대중적 지명도나 작품의 완성도로 보거나 비발디의 「사계」가 가장 먼저 떠 오른다. 작가 개인적으로는 역량이 완숙을 넘어 노련의 경지로 접어든 50세에, 시대적으로는 바로크 음악이 절정을 넘어 정리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던 1725년에 지어진 곡이다.
「이 무지치」(58년), 「쉬투트가르트 챔버」(72년) 등 내로라하는 실내악단들이 마치 기량 테스트용 작품인 양 한 번 씩은 연주했다. 최근의 녹음으로는 바이올린 주자 나이즐 케네디가 87년 잉글리시 챔버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작품이 단연 주목받았다.
비발디 이후 클래식에서는 계절을 전면에 부각시킨 작품이 뜸했다. 그러다 1876년 러시아에서 또 하나의 「사계」가 나왔다. 차이코프스키다.
북구 지방이라, 가을을 묘사하는 부분은 8월에서 10월의 석 달이다. 「러시아 내셔널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내한했던 미하일 플레트뇨프의 94년 피아노 솔로 연주가 참신한 해석으로 호평받고 있다.
재즈는 가을을 샹송에서 빌어 오고 있다.
46년 자크 프레베르의 시에 당시 25세의 신인 이브 몽땅이 곡을 붙인 「낙엽」또는 「고엽」(Les Feuilles Mortes, Autumn Leaves)」이 그 텍스트. 재즈라는 이국 풍물에 일찍부터 매료된 프랑스에서 지어진 곡이라, 재즈적 당김음(syncopation)의 맛이 짙게 풍기고 있다.
곧 재즈의 본고장 미국에서 그 곡을 역수입해 즐겨 연주하다보니, 「낙엽」은 진작부터 스탠더드로 자리잡았다. 재즈의 주객이 뒤바뀐 셈이다.
59년 「재즈의 쇼팽」 빌 에번스가 재즈 피아노 트리오(피아노+드럼+베이스)로 해석한 재즈판 「낙엽」이 첫 걸작으로 기록된다. 시대의 흐름을 먼저 감지하는 데 특출한 재능을 보였던 트럼페터 마일스 데이비스 역시 63년 안티베 국제 재즈 페스티벌에서 이 곡의 명연을 펼쳤다.
최근작으로는 85년 맨해턴 재즈 퀸텟의 활기찬 밥 스타일 연주가 관심을 모았다. 그 앨범 「낙엽」은 일본의 「스윙 저널」지 선정 그해 최고의 레코드로 선정되었다. 이어 89년 백인 여성 보컬 헬렌 메릴과 흑인 베이시스트 론 카터의 듀엣 연주로 「낙엽」은 커다란 느낌표를 하나 더 찍었다.<장병욱 기자>장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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