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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6.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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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였던 문옥주 할머니(72)가 지난 26일 새벽 대구에서 한많은 세상을 떠났다. 신부전증과 위안부시절에 얻은 척추의 지병이 사인이었다. 위안부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직계가족이 없어 쓸쓸히 눈을 감았다. 이로써 생존해 있는 위안부는 1백60명으로 줄었다. ◆16세때 위안부로 끌려갔던 문할머니는 지난 5월 일본법정에서 그가 소속했던 부대는 미얀마에 파견됐던 「8400부대사령부」라고 증언할 만큼 기억력이 또렷했다. 위안부생활의 고통을 견디다 못해 술을 마시고 사령부 3층에서 뛰어내려 척추를 다친 아픔을 털어놓기도 했다. ◆일본의 「여성을 위한 아시아 평화국민기금」에 의한 배상을 거부한 문할머니는 무관심 속에 정부에서 주는 월 25만원으로 어렵게 살았다. 죽음에 이를 때까지 병을 감추어야 할 정도였다. 고독에 찬 그의 죽음도 한국언론보다 오히려 일본언론이 관심을 갖고 보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생존해 있는 위안부들의 평균연령은 71세다. 앞으로 문할머니의 뒤를 잇는 사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모두 구차한 생활속에서도 명예회복만을 기대하며 삶을 이어가고 있다. 이것은 그들에겐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뜻하며 이를 매듭짓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일본정부는 돈을 앞세워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들의 관심은 문제가 떠오를 때만 반짝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명예회복을 위해 어려운 생활을 감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들이 긍지를 갖고 투쟁하도록 생활을 돕는 것이 시급하다. 위안부의 명예회복을 위해 애쓴 문할머니의 죽음조차 일본측이 더 관심을 갖는 현실에 우리 모두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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