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상품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중의 하나다. 그 중요성으로 말한다면 기술에 버금가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세계 각국이 과학기술을 진흥시키는 일 못지않게 디자인 개발과 관련산업 육성에 심혈을 쏟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만만찮은 품질 경쟁력과 가격의 우위를 갖고 있는 우리 상품이 해외시장에서 대접을 제대로 못 받고 있는 것도 디자인에 상당한 원인이 있다.이런 점에서 볼 때 정부가 디자인산업 육성을 위한 일련의 진흥정책을 추진키로 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디자인산업은 수출과 연계시켜 정부가 계속해서 강력히 지원을 해왔으나 90년대들어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 방치돼 왔다. 요즘와서 국가경쟁력강화 시책과 관련해서 정부가 그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한 것은 뒤늦게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 기회에 좋은 정책을 마련해서 디자인산업발전의 획기적 전기가 마련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새로 추진되는 디자인 진흥정책과 관련해서 우리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우선 첫째로 이 정책을 다루는 정부관계자들이 딴 생각을 하지 말고 디자인 자체에만 관심을 갖는 성실하고 진지한 자세를 보여달라는 것이다.
디자인 산업을 진흥한다며 이를 기화로 기구를 확대하고 자리를 늘리는데만 신경을 쓴다든지 건물을 짓고 땅을 사고 파는데 관심을 갖는다든지 해서 제사보다는 잿밥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는 업계의 의혹을 사는 일이 없어야겠다는 것이다.
둘째는 정부가 디자인 산업의 진흥을 주도하겠다는 생각을 버리라는 것이다. 다른 분야도 다 그렇지만 특히 디자인처럼 창의와 개성이 중요한 분야에서 정부가 앞장서서 산업진흥을 주도해 보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셋째는 독선과 독단의 고집을 버리고 관련업계와 학계의 의견 등 여론을 수렴하라는 것이다. 통상산업부는 지난해 12월 처음 입법예고를 한뒤 다섯번이나 방침을 번복하고 1년이 넘도록 갈팡질팡하며 정책을 표류시켜 왔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태를 보인 것이다. 관련업계와 학계의 반발이 끊이지 않았지만 이를 일체 묵살했고 변변한 공청회도 한번 열지 않았다.
일을 이런 식으로 하니까 잡음과 의혹만 무성하고 디자인 진흥은 뒷전으로 밀린채 세월만 허송하게 된 것이다. 디자인 진흥정책을 수립하는데 독선과 고집을 부릴 이유가 없고 오래 시간을 끌 이유도 없다. 통산부는 지금부터라도 허심탄회한 자세로 여론을 수렴해서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정책을 만들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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