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데나워 기록 깨… 통독 이어 유럽통합 야심헬무트 콜(66)이 31일로 2차대전 이후 최장수 독일총리로 기록된다. 재임기간 5,146일째로 콘라트 아데나워 초대총리의 14년 1개월 집권기록(49∼63년)을 깨는 것이다. 로널드 레이건 미국대통령, 마거릿 대처 영국총리,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대통령, 미하일 고르바초프 구소련대통령 등 그와 함께 동시대를 풍미했던 20세기 후반의 지도자들은 지금 거의 잊혀졌거나 우리 곁에 없다.
그러나 콜만은 82년 10월1일 취임 이후 독일통일이라는 역사적 봉우리를 넘어 프랑스와 영국을 아우르면서 유럽통합의 선봉 역을 맡고 있다.
콜은 22일 기민당(CDU)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95%의 지지로 당수로 재선됐다. 당수만 13번째다. 이날 대의원들은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힘과 비전, 끈기와 날카로운 정치감각이 필요하다. 콜보다 그런 자질이 뛰어난 사람은 없다』라는 페터 힌체 사무총장의 찬사 그대로 그에게 98년 총선까지 맡아줄 것을 「애원」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콜은 아직 CDU가 차기총선에 승리할 경우 총리로 다시 나설 것인지에 대해 명시적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그는 82년 사민·자민당 연정의 붕괴로 헬무트 슈미트 총리가 물러나면서 전격적으로 총리직에 올랐을 때만해도 몸집만 거대하고 촌티나는 인물로 평가됐다. 『개성, 지성, 정치력 등 필요한 모든 것이 결핍돼 있는 인물』이라는 악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탈냉전의 물결이 밀려드는 역사적 순간에 그는 누구도 그렇게 일찍 가능할 것으로 생각지 않았던 독일통일의 위업을 달성해냄으로써 뚝심과 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콜은 또 기사·자민당과 우파 연정을 구성했으면서도 사회복지를 중시하는 독일식 사회시장경제체제를 꾸준히 추구, 진정한 중도노선을 확립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제 콜의 과제는 『독일이 지배하는 유럽이 아니라 유럽 속의 독일을 원한다』는 그의 지론대로 유럽통합의 완성이다. 그는 우선목표를 99년으로 예정돼 있는 유럽화폐통합의 실시로 잡고 있다.
물론 이 「거인」에게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사회복지지출을 크게 줄이는 과정에서 노조와 야당의 반대가 거센데다 10%에 달하는 실업률도 골칫거리다. 주변에서는 그가 98년 연임에 성공, 프로이센제국의 철혈재상 오토 폰 비스마르크의 최장집권기록 19년(1871∼90년)을 경신하면서 20세기의 위대한 정치인으로 기록될 수 있을 지는 이러한 고민들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무려 2,000통의 러브레터를 보낸 끝에 결혼한 한넬로레 여사와의 사이에 두 아들을 두고 있다.<이광일 기자>이광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