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의해 드러난 해외과소비 실태에 그저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카지노 한판에 6만5천4백달러(5천2백여만원)가 날아갔다. 4만2천달러(약 3천4백만원)짜리 6캐럿 루비를 비롯하여 1만달러(약 8백30만원)내지 3만∼4만달러(2천5백여만∼3천3백여만원) 상당의 스위스제 고급시계, 다이아몬드, 루비 등 외국에서 매입한 고가의 보석류들이 김포세관에 적발되지 않고 무상으로 반입된다.그런가하면 20일동안 술값으로 2만4천달러(2천만원)가 탕진된 경우도 있다. 또한 호텔숙식비 등 초호화여행으로 5만달러(약 4천1백만원) 이상이 지출된 것도 적지않았다.
우리나라 국민이 원래 씀씀이가 보통이 아닌 것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의 국민들이 마치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상회하는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선진국들의 국민보다 소비가 더 크다는 것이 종종 지적돼 왔다. 해외여행을 해도 역사유적, 문화시설, 도회지, 지방 등 문물관광에 그친다면 얼마든지 권장할 만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 국민의 관광은 쇼핑관광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것도 역시 합리적인 수준이라면 떠들 필요가 없다. 문제는 그 쇼핑이 분수를 넘어 사치와 호화의 수준에 이르고 있는데 있다.
검찰이 이번에 적발, 처리한 2백여명은 초호화급이다. 95년 1월부터 올 6월까지 해외에서 카드사용금액이 일정액 이상인 1만6천여명중 쇼핑 1만달러 이상, 카지노도박 5천달러 이상, 기타 5만달러 이상 등 3개 부류에 해당되는 자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것이다. 비이성적인 과소비의 수준과 행태는 놀랍다못해 경멸스럽다. 졸부들의 경제동물적 본능이거니하고 치부해 버리고도 싶다.
그러나 경악스러운 것은 적발된 자들이 대학교수, 학원장, 오퍼상, 중소무역업체, 건설업체사장 등 사회의 지도층으로 분류될 수 있는 신분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다. 사회의 향도역할을 해야 하는 이들이 경제에 주름을 주고 사회를 피폐시키고 있는 과소비의 당사자였다는 것은 우리나라 사회지도층이 도덕적으로도 2중의 잣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표출한 것이라 하겠다.
사회지도층 특히 재력있는 사회지도층이 과소비를 자제, 솔선수범을 보여야겠다.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라 개인에 따라서는 상응한 땀의 대가없이 하룻밤 사이에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 사회적 신분이 어떻든 특히 이들이 돈을 물쓰듯 하는 과소비의 풍조를 조장해 온 것으로 지적돼 오고 있다. 이들 사이에는 『내 돈을 내 마음대로 쓰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배금주의 사고가 만연하고 있다. 이처럼 잘못된 생각도 없다.
지금 우리 경제는 고비용저효율의 구조적 위기를 안고 있고 이에따라 외채가 1천억달러에 육박하고 국제수지적자가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 「있는 자」가 역시 자각해야겠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