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저」로 비용 늘고 「엔저」로 경쟁력 약화/수출 호전 기대 수포… 물가 압력도 가중최근 환율변동으로 국내 수출업체들이 이중고를 맞고 있다. 원화환율이 상당히 오르기는 했으나 엔화환율이 더 빠르게 올라 「엔저」가 「원저」를 추월, 일본상품에 비해 가격경쟁력은 떨어지고, 원화환율상승으로 원자재·이자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수출업체들은 당초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이 오르기만 하면 달러당 원화수익이 늘어 수출경쟁력이 호전될 것으로 기대했다. 원화환율 상승으로 달러당 7백74원(작년말)의 원화수익을 올리다가 8백31원(28일기준)의 원화수익을 올리게 돼 그 차액만큼 상품가격을 낮출 수 있어 다른 나라 상품에 비해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 상품과 대부분 경합관계에 있는 일본상품의 경쟁력은 우리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원화는 달러화에 대해 작년말대비 7.06% 절하된 반면 엔화는 9.7%나 절하됐기 때문이다. 우리 조선업계 올상반기 선박수주 실적이 전년동기에 비해 33%가량 줄어든 반면 일본 조선업계는 수주실적이 크게 호전되는 등 명암이 엇갈리고 있는 것도 이를 입증하고 있다.
또한 환율상승으로 원자재 수입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작년말 달러당 7백74원을 주고 사들여왔던 원자재를 이제 8백31원을 주고 사들여와야 한다. 더욱이 우리 기업들은 상품을 만드는데 투입되는 원자재 등 중간재의 해외의존도가 23.9%로 일본(9.2%)의 2.6배에 달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1백만원어치 상품을 만드는데 23만9천원어치 중간재를 해외에서 사들여와야 하는데 비해 일본은 9만2천원어치만 수입하면 되는 것이다. 따라서 환율상승에 따른 원가부담 상승은 우리기업들이 일본기업에 비해 2.6배에 달한다.
원화환율 상승은 원자재 수입비용을 늘릴뿐 아니라 기업들의 외채상환 부담을 크게 증가시키고 있다. 원화환율이 작년말 달러당 7백74원에서 8백31원으로 오름에 따라 국내 민간기업들의 외채부담은 10개월만에 자그만치 1조3천억원이 늘어났다. 외환당국의 분석결과 달러당 원화환율이 1원 오를 때마다 국내 민간기업의 순외채는 원화로 평가할 경우 2백25억7천만원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연말 달러당 원화환율이 7백40∼7백50원수준으로 오른다면 민간기업의 순외채 증가분은 1조5천억∼1조7천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같은 외채부담은 기업들의 채산성을 크게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원화환율의 상승은 국내 물가가 상승하도록 압박을 가해 기업들뿐만 아니라 국민생활에도 큰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외환당국의 분석결과 90년대들어 원화환율이 1% 상승함에 따라 소비자물가는 0.14% 상승했다. 따라서 올들어 원화환율이 7.06% 상승한 것을 감안할 때 환율상승만으로 국내 소비자물가는 1%포인트가량 상승압박을 받고 있다. 우리의 연간 소비자물가 억제목표가 4.5%인 점을 감안할 때 엄청난 물가상승 압박임이 분명하다. 물론 환율상승에 따른 물가부담은 6개월내지 1년6개월의 시차를 두고 나타나기 때문에 정부가 내건 올해 물가억제목표(4.5%)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않을 것이지만 내년초부터 환율상승에 따른 물가상승압박이 서서히 국내 소비자물가를 위협해 올 것이란 지적이다.<유승호 기자>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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