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서 적극 추진… ‘이’ 일방두둔 미와 마찰 심화유럽연합(EU)은 28일 미겔 앙헬 모라티노스 현 이스라엘 주재 스페인대사를 중동특사로 전격 임명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견제에도 불구, 중동평화 협상과정에서 보다 적극적 역할을 모색하기 위한 EU의 노력이 특사임명을 통해 처음 가시화한 것이다.
모라티노스 신임 중동특사 내정자는 유럽에서도 널리 알려진 스페인의 아랍권 전문외교관. 대부분의 외교관 생활을 아랍권에서 보냈으며 아랍어도 능통하다. 이스라엘 대사로 임명되기전 스페인의 대아랍·아프리카 협력연구소 소장을 역임했으며 유럽전역에서도 손꼽히는 아랍 전문가로 평가받아왔다.
EU의 특사 임명은 향후 중동협상 추이에도 심대한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이제까지 중동협상은 단독으로 거중조정을 맡아온 미국이 이스라엘측에 경도된 태도를 취해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아랍권이 적잖게 반발해온 게 사실이다.
이제 팔레스타인측에 객관적 입장을 보여온 EU 특사가 협상테이블에 참여함으로써 협상의 공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된 것이다. EU측은 난항을 보이는 중동협상과 관련, 『오슬로협정을 준수하지 않는 이스라엘측에 책임이 있다』는 골자의 성명을 발표, 팔레스타인측 입장을 두둔하기도 했다.
EU가 중동특사 파견을 결정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국가는 프랑스. 독일의 반대를 무릅쓰고 에르베드 샤레트 외무장관이 여타 EU회원국을 강력히 설득, 끝내 이를 관철시켰다. 이에앞서 이집트의 아마르 무사 외무장관은 프랑스에 EU의 특사파견을 요청했는데 최근 자크 시라크 프랑스대통령이 아랍권과 이스라엘을 순방한뒤 이를 강력히 추진하라고 외무부에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EU의 특사파견은 미국과의 외교 전면전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프랑스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지닌다. 그러나 일각에선 헤브론에서의 이스라엘군 철수문제로 교착상태에 빠진 중동협상이 오히려 「미국·이스라엘대 팔레스타인·EU」로 대립구도가 고착되며 더욱 험난한 길로 접어드는게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이상원 기자>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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