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 무주택자」가 늘어난다/“값 안정으로 주택 투자수단 매력 상실”/집값 폭등땐 가수요 촉발 「예측못할 상황」 부를수도주택구입능력은 있으나 있던 집마저 팔아버리는 「유사 무주택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28일 주택건설업계 및 부동산가에 따르면 주택가격이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자 갖고 있던 주택을 팔고 남의 주택에 전세살면서 남는 돈을 월세 임대자금으로 굴리거나 투자신탁 등 금융상품에 활용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최근 불황으로 소규모사업자와 직장인들의 불안이 확산되면서 부동산컨설팅회사와 부동산중개업소에는 기존 주택을 재테크수단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의뢰하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40평형에 거주하던 김모씨(47)는 최근 4억원을 받고 아파트를 매각했다. 김씨는 대신 논현동에 신축된 40평짜리 빌라에 1억5,000만원의 전세금을 주고 입주, 나머지 2억5,000만원중 1억원은 같은 빌라의 32평짜리를 전세받아 보증금 3,000만원에 월 100만원 조건으로 월세를 놓았다. 남은 1억5,000만원과 월세보증금으로 받은 3,000만원등 1억8,000만원은 1년뒤 세금을 공제하고 10.86%의 이자를 받는 한국투자신탁의 「으뜸장기저축15호」에 가입했다.
김씨가 1년동안 얻게 되는 수입은 월세 총 1,200만원과 투자신탁의 수익금 1,955만원 등 모두 3,155만원.
김씨는 『대기업에 다니고 있지만 경기가 안좋아 앞으로 개인적으로 직장을 잃게 되지는 않을까 불안해 하다 가격이 오르지도 않는 주택을 재테크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일원의 전세가격 강세현상도 이같은 「유사무주택증후군」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공인중개사 김대영씨(42·서울 강남구 개포동 삼성공인중개사사무소)는 『개포동 주공아파트단지 등 재건축·재개발지역에는 주택가격이 5년여째 거의 움직임이 없다』며 『이에 따라 기존 주택을 팔아 더 작은 평형의 주택을 구입해 입주하고 나머지 자금은 금융상품에 활용하는 「하향이동」의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을 더이상 재테크수단으로 여기지 않으려는 움직임은 건설업체들에게는 치명적인 타격이 되고 있다.
동아건설의 구건모 상무는 『현재 염창동 독산동 등 서울시내에 조합아파트를 짓고 잉여분 분양을 추진하고 있는데 가격이 주변아파트보다 500만원이상 싼데도 소비자들이 굳이 구입하려 들지 않아 엄청난 애로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민영아파트 분양자격이 주어지는 주택은행의 청약예금가입가구도 91년 100만가구에서 최근에는 70만가구로 떨어졌다.
그러나 이런 주택가격 안정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전문가들은 주택가격이 개구리처럼 「기다가 뛰는」성향을 갖고 있어 아파트가격이 강세로 돌아서기 시작하면 유사무주택자군이 곧바로 매입세력에 가세,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발전할 우려가 있다며 『정부가 임대주택 등 공급을 확대, 주택가수요를 차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박정규 기자>박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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