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중기 상품은 구석자리도 다행국내 백화점들이 경쟁적으로 외제상품을 유치하는 반면 국내 중소기업 상품은 쫓아내거나 눈에 띄지 않는 구석자리로 밀어내면서 불황에 허덕이는 기업들의 판매난이 가중되고 있다.
백화점마다 매출실적이 좋다는 이유로 도자기 화장품 피혁 의류 침장류 등 외제상품을 대거 요지에 유치하면서 이미 유명백화점들은 「수입상품 종합전시장」으로 탈바꿈하다시피 한 상태다.
서울 강남 모백화점의 지하 1층 도자기매장. 레녹스 로얄알버트 로얄웨스터 포트메리온 등 10여개의 수입도자기들이 40여평의 매장에 가지런히 진열돼있다. 반면 한국도자기와 행남사 등 국산도자기는 수입도자기 매장 맞은편 일반진열매장에 초라하게 전시돼있다.
이 매장 관계자는 『백화점측이 국내업체에 위치가 나쁜 곳을 주지만 공간도 당초 업체당 3평씩에서 최근 1평씩으로 줄였다』며 『소비자들이 비슷한 물건도 인테리어를 제대로 꾸민 수입매장의 상품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 백화점 1층의 화장품코너에는 샤넬 캐빈클라인 크리스찬디오르 등 15개의 수입화장품이 점령하고 있다. 이곳에는 당초 국산화장품이 모두 입점해있었으나 2개회사의 상품만 남고 모두 쫓겨났다.
핸드백 구두코너도 10여개씩의 외국제품 직수입품이나 라이센스상품이 요지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국산 상표는 2∼3개에 불과한 상태다.
심지어 모 백화점은 지난해 독일 빌레르보흐도자기를 직수입해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도자기업체들에게 일괄 철거명령을 내려 모두 쫓겨났으나 1개업체만이 읍소하다시피 사정해 겨우 자리를 배정받기도 했다.
문제는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제품 가운데 상당수가 생산국에서는 전혀 지명도가 없는 기업의 제품인데도 국내에서는 국산품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도자기의 관계자는 『미국시장에서 국산품가격의 60∼70% 선에 불과한 상품이 국내 백화점에서 국산품보다 두배 이상의 가격에 판매되는 경우도 많다』며 『백화점들은 소비자들이 찾기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백화점들이 외국제품 소비를 부추기는 면이 있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화장품도 마찬가지다. 이미 주요 백화점의 요지를 차지하고 있는 외제 화장품수입업체들은 올들어서도 전국적으로 5∼10개씩을 추가로 입점했고 자리도 대부분 소비자들이 자주 지나치는 A급지로 배정받았다. 이같은 추세에 힘입어 상반기 매출액도 전년동기보다 업체별로 50∼100%씩 늘어났다.
반면 국내 화장품업체들은 올들어 백화점에서 쫓겨나거나 B급 또는 C급지로 밀려나면서 매출도 20∼30%씩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백화점들은 「수입개방시대에 마진이 좋은 제품을 유치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또한 유통시장 개방으로 상품판매 무한경쟁시대에 접어든 이상 이들의 설명이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라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중소기업계는 백화점이 상품의 지명도를 높이는 가장 큰 무대라는 점에서 백화점의 국산품 축출움직임이 결국은 국내 제조업의 몰락과 직결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박정규 기자>박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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