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인 임경명 신부 11년째 공장 노동/“번돈 가난한 이웃에” 섬기는 삶 실천파리외방전교회 소속 임경명 신부(51·본명 엠마누엘 케르모알)는 직업이 둘이다. 일주일에 이틀은 건국대 객원교수로 불문과 학생들을 가르치고, 사흘은 수색의 플라스틱 재활용공장에서 일한다. 대학에서 일주일에 10시간 강의하고 받는 월급은 200만원 안팎. 반면 플라스틱 재활용공장에서 하루 10시간 일하고 받는 일당은 3만 5,000원으로 흘린 땀에 비해 적은 편이다.
오십을 넘긴 나이에 하루 종일 허리를 구부린채 물에 젖은 플라스틱을 말리고 다시 옮겨야 하는 작업은 힘들기만 하지만 그는 『생계가 막막해 몸이 아파도 참고 일터에 나와야 하는 노동자들을 생각하면 힘든 줄 모른다』고 말한다. 수입의 대부분은 소외된 이웃을 위해 쓴다는 것이 그를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프랑스 서부 작은 마을인 브리타니에서 태어난 임신부는 73년 사제서품을 받고 이듬해 머나먼 이국땅 한국에 파송됐다.
군포본당을 비롯, 불광동 미아3동 금호동본당 등에서 사목활동을 한후 85년부터 서울 북부 가톨릭노동청년회 지도신부를 맡으면서 노동사목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93년 초에는 우연히 난지도에 미사를 집전하러 갔다가 그곳에 있는 냉장고와 세탁기를 해체하는 공장에서 현지 주민들과 함께 일하기도 했다. 그는 『공장에 나간 첫날 난지도의 바람이 하도 매서워 얼어죽는 줄 알았습니다. 사람들이 신부가 왜 이런곳에 왔느냐고 물어 웃기만 했어요』라고 회상했다.
그는 지금도 매일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묵상과 기도를 하고 5시30분에 집을 나서 근처에 있는 성가복지병원에 들러 아침미사를 집전한 뒤 일터로 향한다. 가르치는 학생들과의 대화도 즐겁지만 공장에서 만난 동료노동자들은 무엇보다 소중한 이웃이다.
그는 『노동사목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서라기보다 내가 좋아서 해온 일』이라고 말한다. 노동자들에게도 신부보다는 동반자나 협조자로 인식되기를 바라는데서 그의 섬김의 정신을 읽을 수 있다.
『그리스도께서 「나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고 말씀하셨듯이 신부도 봉사하는 것이 본분이죠. 교회도 가난한 자를 위해 무엇을 하는 것보다는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아픔을 함께 나누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가난한 이웃 곁에서 사랑을 실천하고 복음을 전하는 벽안의 신부는 오늘도 기쁜 마음으로 공장으로 나간다.<박천호 기자>박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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