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당사자 중진급에 “예사롭지 않아”/여 핵심 교감 가능성 등 행간의미 촉각최근 여권에서는 일종의 금기를 다루는 미묘한 발언들이 꼬리를 잇고있다. 그중 하나는 개헌에 대한 언급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자금과 관련된 얘기다. 화자들도 묵직한 중진들이어서 발언 행간의 의미, 이면의 복선에 정가의 시선이 쏠리지않을 수 없는 형국이다. 대다수 의원들조차 『가능성을 타진하는 애드벌룬인지, 아니면 돌출발언인지 잘 모르겠다』고 의문을 던지고 있다.
무엇보다 개헌필요성을 강조하는 중진들의 언급이 예사롭지않다. 김수한 국회의장이 두달전 5년 단임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4년 중임제를 대안으로 제시했었다. 이어 이홍구 대표는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국가경영을 5년단위로 토막내서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파문이 일자, 신한국당은 『그저 원론일뿐』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이대표 발언에 대해 신한국당은 『5년안에 할 일과 장기적으로 할 일을 구분해야한다는 의미이지, 임기를 문제삼은 얘기가 아니다』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개헌발언은 거기서 그치지않았다. 황병태 국회 재경위원장은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내년이 되면 권력구조에 관한 얘기가 나올 것이다. 대통령중임제도 논의할 수 있고 내각제도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더욱이 황위원장은 민주계출신의 재사로 3당합당의 밀사였다는 점에서 정가의 관심은 증폭됐다. 강삼재 사무총장은 파장의 확산을 우려한 듯 『황위원장은 개헌을 언급할 위치에 있지않다. 개헌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잘라말했다.
그래도 개헌론은 또다시 거론됐다. 이수성 총리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개인적 견해」임을 전제로 『책임정치 구현과 지역감정 해소를 위해서는 내각제가 좋은 탈출구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내각제 긍정」 발언을 했다.
개헌론과 맞물려 강삼재 총장의 비장부 발언, 대권주자들의 막대한 자금을 비난한 최병렬 의원의 대정부질문도 파란을 일으켰다. 특히 이 발언이 특정인을 겨냥하는지, 또 여권핵심부 의중을 반영한 것인지에 시선이 집중됐다.
여권 핵심인사들은 개헌과 관련한 발언들에 대해 우발적이라고 보고있다. 민주계 핵심인사들은 『단연코 개헌움직임은 없다. 음모적 기류가 있다면 지금 개헌을 운위하는 인사들보다 우리가 먼저 안다』고 말하고 있다. 정치자금 언급에 대해서도 청와대와의 교감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사실 비장부발언이후 강삼재 총장의 굳어진 태도를 보면 작위성은 엿보이지 않아 돌출발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또한 개헌론을 막후에서 조종하는 「보이지않는 손」도 없는 듯하다.
그러나 개헌론이 계속 이어지는 정황이 심상치않다. 개헌논의 허용이라는 메시지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권 고위인사들 사이에 『개헌은 언급해도 괜찮다』는 공감대가 암묵적으로 형성돼있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개헌론은 앞으로도 계속 불씨를 키워가는 인화성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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