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규제자 전씨가 결재” 한용원씨/“김대중씨 감형연구 지시도” 한용원씨/“국보위 초헌법기구 아니다” 이원홍씨24일 열린 12·12 및 5·18사건 항소심 5차공판에서는 85년 친위쿠데타계획이 있었다는 첫 법정증언이 있었다. 또 신군부의 내란공모에 초점이 맞춰졌다.
검찰과 변호인단은 권정달 당시 보안사 정보처장(이하 당시직책), 이원홍 청와대 민원수석, 한용원 보안사 정보1과장 등 3명의 증인신문을 통해 ▲시국수습방안마련 ▲5·17 비상계엄 전국확대조치 ▲국가보위비상대책기구 설치 등이 신군부의 내란공모에 따른 것인지를 놓고 시종 공방을 벌였다.
이 날 공판에서 첫 증인으로 나온 한용원씨(59)는 『85년 2·12총선후 안필준 보안사령관의 지시로 국회해산을 위한 친위쿠데타 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한씨는 『그러나 검토결과 야당이 약진했다해도 전씨의 정권재창출을 위해 무리하게 친위쿠데타를 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증언했다.
한씨는 신군부의 내란공모를 10·26까지 끌어올린 인물. 그는 88년 국회 5공청문회에서 10·26직후 전 보안사령관으로부터 5·16혁명에 대한 연구를 지시받았다고 증언했다. 한씨는 이날도 『79년 10월26일 5·16에 대한 연구를 지시받아 도서관에 가서 5·16에 관한 책을 가져왔다』고 증언, 검찰측을 안도케 했다. 한씨는 5·17조치가 국민저항을 무마키 위한 신군부의 사전포석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증언을 하지 않았다. 한씨는 또 『정치활동 규제대상자를 작성, 전사령관의 결재를 맡아 사회정화위원회에 보고했고 김대중씨 감형·출국문제를 연구하라는 지시도 받았다』며 신군부의 집권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증언, 변호인단을 당혹케 했다. 그동안 5·17조치를 통해 국회해산과 국보위설치, 정치활동규제 등 「내란의 후속조치」가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져 왔다.
다음 쟁점은 검찰에 의해 내란의 직접적인 증거로 제시된 「시국수습방안」. 지금까지 신군부는 「시국수습방안」에 따라 5·17조치, 국보위 설치 등 일련의 조치로 「내란」을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를 직접 작성한 권정달 의원(무소속)의 증언에 검·변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권씨는 『전두환 보안사령관의 지시로 노태우 유학성 황영시 등과 협의, 계엄확대·국회해산·국보위설치를 골자로 하는 시국수습 방안을 만들어 80년 5월4일 궁정동 안가 모임에서 신군부에 설명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권씨는 『이때 제안한 국보위는 3부를 통합한 초헌법적 기구가 아닌 대통령 자문기구 성격』이라며 「내란의 마스터플랜」에 대해선 부인했다. 이원홍씨도 『5·17이후 국보위설치는 국가를 보위해야 하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기구인 만큼 신군부가 집권을 위해 만든 초헌법적 권력기구는 아니다』고 말해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증언을 했다. 이에따라 「시국수습방안=집권시나리오」에 대한 판단은 재판부로 넘겨졌다.
이와 함께 이날 재판에서 최규하 전 대통령의 강제구인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권성 재판장은 이날 상오 공판에 불참한 권정달 의원에 대한 구인의사를 단호히 밝혀 28일 공판에 증인출두요구서를 받은 최 전대통령도 강제구인 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권재판장은 증인신문에 앞서 『권정달 증인은 재판에 꼭 필요한 증인인 만큼 강제구인을 명한다』며 법원직원을 불러 국회에 국인동의요청서를 발송토록 했고 이같은 재판부의 구인의사가 알려지자 23일 증인불참계를 낸 권의원은 이날 하오공판에 참석했다.<이태규 기자>이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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