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발사 실험 등 최근 사태와 별개” 반응/한국입장과 상반·북 도발 묵인 비칠까 신경한미 양국정부가 미국의 지속적인 대북접촉 문제를 둘러싸고 또다시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잠수함 침투사건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서라도 당분간은 대화동결이 불가피하다는 서울측의 주장과 북·미 양국간의 산적한 현안을 다루기 위해 양측간의 접촉은 필수적이라는 미국측의 입장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빌 클린턴행정부는 최근 한반도의 긴장고조를 가져온 잠수함 사건이나 북한의 노동2호 미사일 발사 움직임 등은 북·미대화와는 별개이며 최근의 사태발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북정책은 불변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워싱턴의 일부 보수논객들이 북·미접촉 동결론이나 신중론을 제기하고 있고 이들중 몇명이 조만간 서울을 방문하고 나서 그같은 주장을 재차 미 언론을 통해 제기할 전망이지만 미 행정부의 대북접촉 지속방침에는 아무런 변화도 예상되지 않는다.
니컬러스 번스 국무부대변인은 22일에 이어 23일에도 뉴욕의 유엔대표부 관리들과 국무부 한국담당관들간의 실무접촉이 금주중 예정돼 있음을 거듭 밝혔다.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하는 이형철 미주국장 일행과 국무부 한국과 관리들간에 예정된 사실상의 공식회동 계획을 확인해준 것이다.
미 관리들이 흔히 말하는 「뉴욕채널」은 통상 국무부 한국과의 부과장과 북한대표부의 한성렬 공사간에 이루어지는 대화의 창구로 번스대변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북·미간의 「유일한」파이프라인이다.
워싱턴의 소식통들에 따르면 정치담당인 한공사는 중간 라인을 거치지 않고 강석주 외교부장만을 통해 김정일에게 직보하는 대미외교의 실세이기 때문에 미 관리들이 뉴욕창구를 특별히 소중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정부는 대북 경수로 지원문제도 잠수함사건이나 미사일 발사실험문제와는 별개로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한 관계자는 23일 워싱턴 타임스와의 회견에서 『북한이 미사일발사 시험을 하더라도 경수로 사업은 계속된다』고 말해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경수로사업 지연설을 일축했다. 그는 또 『제네바합의에는 미사일 실험이 금지돼 있지 않다』고 말해 북·미간의 새로운 현안으로 떠오른 미사일 발사시험문제에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잠수함 침투사건으로 악화한 남북관계 속에서 북·미대화와 경수로사업 지원을 지속해야 하는 클린턴행정부는 그들이 취하는 행동이 마치 북한의 대남 도발을 묵인하는 제스처로 비칠지 모른다는 딜레마를 안고 나름대로 고민중이다.<워싱턴=이상석 특파원>워싱턴=이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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