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 머물며 상황에 따라 유리하게 말바꿔/검찰 “폭로내용 신빙성·저의 의심 못면해”이양호 전 국방장관의 비리의혹사건 수사가 마무리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검찰수사는 이 전장관을 사법처리하는 선에서 속전속결식으로 일단락될 전망이지만 무기중개상 권병호씨(54)의 폭로내용을 명쾌하게 파헤칠 수 있을 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폭로당사자인 권씨의 진술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이유로 권씨가 더 이상 늦기 전에 서울로 돌아와 사건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사건이 불거져나온 18일이후 권씨는 북경(베이징)에 머물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말만 계속, 폭로내용 자체에 대한 신빙성마저 떨어뜨리고 있다.
권씨는 지난 20일 KBS 앞으로 보낸 팩스를 통해 『지난해 4월5일 하오 3시께 타워호텔에서 이 전장관을 만나 하오 5시40분께 골프연습장 주차장에서 이씨의 승용차 트렁크에 현금 1억5천만원이 든 가방을 실어줬다』고 했으나 21일에는 『하오 3시30분에 이 전장관을 만나 40분가량 대화를 나눴다』고 말을 바꿨다. 국방부 등에서 당일 하오 6시 이 전장관이 드림랜드 회장집 만찬행사에 참석중이었다고 밝힌 직후였다.
권씨는 또 처음에는 『노소영씨에게 전해준 다이아반지와 목걸이를 지난해 12월 비자금 사건이 터진후 노 전대통령의 부인 김옥숙씨가 직접 되돌려줬다』고 주장했으나 북경에서는 『소영씨가 집으로 찾아와 아내에게 돌려줬다』고 번복했다.
선물구입비로 이 전장관으로부터 받았다는 4천만원도 그가 주장한 것처럼 국민은행 보증수표 1천만원권 4장이 아닌 것으로 검찰수사에서 드러나고 있다.
그는 당초 국민회의를 통해 『이 전장관이 준 4천만원으로 아내가 미국에서 다이아반지 등을 샀다』고 했으나 자신이 운영하는 UGI사직원 이남희씨(28)에게는 『원래 우리집 사람 것이었다』고 말하는 등 엇갈리는 주장을 펴고 있다.
미국시민권자인 권씨는 19일 상오 북경에 도착, 24일로 6일째 그 곳에 머무르며 북경특파원들을 상대로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 권씨가 사건 자체를 제보한 당사자이기 때문에 국민회의의 폭로일정을 몰랐다고 보기는 어려워 결국 그의 북경행은 치밀한 계획하에 이루어졌다는 의혹을 떨치기 어렵다. 미국의 경우 사법공조조약이 체결돼 있는데다 범죄인 인도조약도 잠정합의 된 상태여서 이같은 조약관계가 없는 중국이 그에게 더 안전하다는 사실 하나만 봐도 그렇다.
검찰의 수사관계자는 『권씨가 지금과 같은 행동을 계속한다면 정확한 진상규명이 어렵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폭로내용의 진실성과 폭로저의까지 의심받게 될 것』이라며 그의 귀국을 종용했다.<김상우 기자>김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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