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중동평화협상 미묘한 기류/EU “우리도 한몫” 미 독주 제동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중동평화협상 미묘한 기류/EU “우리도 한몫” 미 독주 제동

입력
1996.10.24 00:00
0 0

◎“팔 재정 80%지원… 할말있다” 아랍에 추파/미·이스라엘 “개입 말라” 신경질적 반응중동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놓고 신경전을 벌여온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또다시 팔레스타인 평화협상문제를 둘러싸고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

선봉에 서서 미국을 견제하고 나선 유럽국가는 프랑스다. 지난해 「프랑스의 영광 재현」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등장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19일부터 시리아 이스라엘 등 중동국가를 찾아다니며 중동지역에서의 EU역할을 강조하고 나섰다. 시라크 대통령은 19일 첫 방문지인 시리아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평화협상은 중동안정의 최대변수』라며 『팔레스타인 재정의 80%를 지원하는 유럽은 미국과 함께 공동후원자가 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시라크 대통령이 중동평화의 중재자 역할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에 선제공격을 가한 것이다.

로마노 프로디 이탈리아 총리도 21일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EU에 중동평화협상에 대한 정치적 역할이 주어져야 한다』며 시라크 대통령을 응원하고 나섰다.

니컬러스 번스 미 국무부대변인은 이같은 EU측의 중동행보에 대해 『중동평화협상을 중재하기에 적합한 나라는 미국이며 미국은 회담당사자들의 희망에 따라 협상에 참여하는 유일한 국가가 될 것』이라고 즉각 반격했다. 이에 앞서 워런 크리스토퍼 미 국무장관은 이달초 프랑스에 서한을 보내 중동문제에 개입하지 말 것을 강력히 요구하기도 했다.

EU의 중동지역에 대한 접근은 친아랍적인 측면이 강한 것이 사실이다. 친이스라엘 색채가 강한 미국의 중재에 불만을 품고 있던 아랍국가들은 EU의 이같은 접근이 반갑지만 이스라엘은 아랍국가와 미국의 틈새를 이용, 아랍국가에 추파를 던지는 EU가 거추장스러울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스라엘과 EU간 시각차는 시라크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시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예루살렘에 도착한 시라크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창설허용과 골란고원 반환을 촉구하자 이스라엘 경찰과 보안군은 예루살렘 구시가지를 방문한 시라크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접근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 벤야민 네탄야후 이스라엘 총리가 『과잉경호로 인한 실수』라며 사과했고 망신당한 시라크 대통령도 『지나간 일』이라며 사과를 수용해 일단락됐지만 이는 이스라엘과 EU간의 난기류를 극적으로 표출한 것이다.

미국과 EU간의 이같은 갈등은 냉전체제 붕괴이후 지구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5월 레바논분쟁을 종식시키는 휴전합의시에도 프랑스와 미국이 외교전을 전개했으며 아프리카 평화유지군 창설을 놓고도 미국과 EU간 주도권 싸움이 불거졌었다.

어쨌든 프랑스를 비롯한 EU는 미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아랍국가의 지지하에 중도에서 입지를 넓히면서 「EU의 위상 높이기」를 강화해 나갈 것이 분명하다. 이에 비례해 미국과 EU간 신경전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파리=송태권 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