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 계열사·400개 하청업체도 연쇄부도 우려/법정관리업체 지정 희박 제3자 인수 추진할듯국내 최대 악기제조업체인 (주)삼익악기(회장 이석재)가 23일 부도를 냈다.
삼익악기는 이날 동남은행 부평지점에 돌아온 어음 37억원, 외환·한일은행 부평지점에 돌아온 어음 28억원 등 모두 65억원을 막지 못해 최종 부도처리됐다.
이로써 올들어 부도를 내거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상장기업은 우성건설 우성타이어 (주)건영에 이어 4개로 늘어났다.
삼익악기는 58년 설립돼 30여년만에 일본의 야마하, 독일의 이바하 등 세계적인 악기업체들과 어깨를 겨루는 기업(세계시장 점유율 14%)으로 성장했으나 최근 무리한 사업확장과 16.4%(매출액대비)에 달하는 과도한 금융부담으로 부도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익악기는 총자산 3,726억원(부채 3,639억원), 자본금 100억원의 국내 최대 악기제조업체로 종업원이 3,000여명에 이른다. 삼익악기는 특히 계열사가 13개, 하청업체가 400여개에 달해 부도에 따른 연쇄부도가 우려된다.
한편 삼익악기측은 채권은행단과의 협의를 거쳐 법정관리신청을 내고 회사를 갱생하는 방안을 강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금융가에서는 악기사업이 노동집약산업으로 전망이 밝지 않은데다 재무구조가 취약해 법정관리업체로 지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삼익악기측이 1차부도를 낸뒤 긴급자금지원을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과 부거래은행인 한일은행 동남은행 등에 끈질기게 요구했으나 모두 등을 돌리고 만것도 삼익악기의 사업전망이 밝지 않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최근에 법원의 법정관리업체 지정요건이 강화된 것도 삼익악기가 법정관리를 통해 구제될 수 있는 가능성을 희박하게 만들고 있다.
따라서 금융권에서는 채권은행단이 주축이 되어 가급적 신속하게 제3자에게 인수시키는 방법으로 부도처리에 따른 후속조치를 마무리지으면서 대출피해를 최소화하려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익악기 부도 배경/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자금압박/형제간 재산분쟁까지 겹쳐 자멸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악기제조업체인 (주)삼익악기의 부도는 무리한 사업확장이 화근이었다.
58년 현 회장의 부친인 고 이효익 전 회장(93년 사망, 11대의원)이 창업한 삼익악기는 외국악기를 수입·판매하다가 「5.16」후 악기수입이 금지되면서 전문악기제조업체로 변신했다. 70년 악기업체로는 처음 KS마크를 획득하고 독일형 피아노의 도입 등 기술개발을 통해 30여년만에 세계적인 악기업체로 성장했다.
그러나 90년대초반 이 전회장의 건강악화에 따라 장남인 이석재 회장이 30대 초반의 나이로 경영권을 넘겨받아 계열사를 13개로 늘리는 과도한 사업확장을 편게 화근이 되었다. 비록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피아노부품업체인 삼송공업 등 일부 계열사는 이익을 냈지만 (주)에스아이가구는 지난해 자본금(66억원)보다 많은 71억8,000만원의 손실을 내는 등 대부분의 계열사가 자본이 전액 잠식된 상태다.
결국 자회사에 대한 무리한 자금지원부담이 모회사인 삼익악기의 수익성까지 크게 떨어뜨려 금융부담이 16.4%(매출액대비)에 달하게 됐다. 기업의 금융부담이 10%만 돼도 한계기업으로 지목되는 상황에 삼익악기의 재무상태는 최악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설상가상으로 형제간의 재산분쟁까지 겹쳤다. 이 전회장이 유언장을 남기지 않은 것이 불씨가 돼 2남이 지난 2월 장남인 이회장을 상대로 유산의 7분의 2(100억원)를 나눠달라며 소송을 냈다.
삼익악기는 또 부동산에 대한 과도한 투자도 재무악화의 요인이 되었다. 이회장은 올 5월 인천 남동구의 야적장부지(4,870평, 61억8,240억원)를 매각하는 등 뒤늦게 자구책 마련에 나섰으나 끝내 부도를 막지 못했다.<유승호 기자>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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