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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부진 「기밀누설」 수사(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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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부진 「기밀누설」 수사(사설)

입력
1996.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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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호 전 국방 의혹사건 수사가 혼미를 거듭하고 있어 안타깝다. 국민적 의혹은 나날이 증폭되고 있는데 수사는 오히려 지지부진하거나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이다. 하루 빨리 수사를 강화해야겠다.가장 먼저 국민적 분노마저 사고 있는 건 당초 의혹설을 터뜨린 미국 시민권 소지의 무기중개상 권병호씨의 해괴한 행적과 당국의 줏대없는 대응이다. 권씨는 사기사건 피의자로 기소중지된 처지이면서 출입국 관리의 허점을 비집고 입·출국을 멋대로 하는가 하면 중국에서 기자회견까지 자청, 이씨의 부정혐의에 대해 거듭 주장하고 국내 방송사에 팩스까지 보내는 등 상식을 뛰어넘는 행동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13억원 추가 뇌물수수의 핵심적 증거랄 수 있는 녹음 테이프의 존재에 관한 진술 등을 번복, 발설동기에 대한 의혹을 오히려 깊게 해주고 있다.

권씨가 이씨의 부정에 대한 정의감에서 의혹을 폭로하기에 이르렀다면 국내에서 정정당당히 사직당국에 고발하거나 증거자료를 제시하는게 옳다고 국민은 보고 있다. 그렇지 않고 신병을 외국에 피한 채 나라 체면과는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갖가지 의혹을 주장하고 진술을 바꿨는가 하면, 검찰의 수사책임자마저 그런 권씨와 공개통화를 하는 등 어처구니 없는 자세를 보였을 뿐 아니라 검찰이 출입국관리에 허점을 보인것 등에 대해 국민이 지금 두루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수사에서도 검찰은 이씨가 권씨에게 써준 메모의 공무상비밀누설혐의, 대우중공업이 스스로 시인한 권씨에 대한 3억원 전달사실에 따른 뇌물공여혐의, 그중 1억5천만원을 이씨가 수령했다는 주장으로 추정되는 이씨의 뇌물수수혐의 및 보석을 받았던 노소영씨에 대한 변호사법위반혐의 등에 대해서도 국민이 기대하는 만큼의 수사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인상이다.

우선 당장 의혹의 장본인인 이씨에 대해 우리 검찰이 사건이 터진지 1주일이 넘도록 아직 소환조차 않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국민은 의아해 한다. 물론 이씨와 그 주변에 대한 계좌추적 등에 시간이 걸리겠지만 대우측의 3억원 전달시인 진술 등에 비추어 즉시 소환해 신문을 할 수 있을 텐데 왜 미루고 있는지 국민은 납득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발설자 권씨에 대해서도 정부당국이나 검찰은 별도의 확고한 대책을 세워야 마땅하다. 나라의 체면이나 군기강문제가 걸린 중대사건인 만큼 의혹 파헤치기 의지가 확고하다면 권씨의 자진 입국과 진술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게 불가능한 것만도 아닐 것이다. 불처벌보장 입국방법이나 미국과의 수사공조 노력 등도 시도해 봄직하다.

이씨 비리 의혹사건에 대해서는 지금 온 국민이 한결같이 분노하고 있다. 검찰은 국가적 체면을 위해서나, 군의 명예를 위해서나, 증폭만 되어 가는 국민적 의혹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도 수사에 더욱 밀도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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