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공식거래만 230억달러 달해/현지인 내세워 정부·군 무차별 로비『무기 거래는 「검은 돈」을 먹고 자란다』 세계 최고의 무기상인 미국의 커밍스가 즐겨 강조하는 말이다. 최근 이양호 전 국방장관의 비리의혹사건이 증폭되면서 검은 돈의 온상인 국제 무기 거래의 실태와 이를 둘러싼 뇌물수수 관행 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제거래 실태:스웨덴의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96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방위산업 연간 매출액은 총 1조 달러 규모. 이중 지난해 국제 시장에서 공식 거래된 무기는 모두 230억달러규모다. 뒷거래에 의한 무기 밀매액도 50억달러선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냉전구도의 붕괴와 함께 세계 무기거래도 다소 주춤한 형국이지만 아직도 천문학적 액수이다.
국제무기거래는 ▲정부차원에서 이뤄지는 대외군사판매(FMS) 방식 ▲무기생산업체 및 개인 등이 무기수입을 원하는 정부와 직접거래하는 상용방식 등 크게 두가지 형태로 이뤄진다. FMS방식은 정부가 무기를 일괄구매해 다른 정부에 파는 만큼 대부분 주문생산으로 중개상들이 낄 틈이 없고 뒷돈거래의 소지도 거의 없다.
반면 「죽음의 상인」으로 불리는 무기중개상들이 개입하는 상용방식은 다르다. 무기생산업체가 타국정부를 상대로 판매할 때는 구매국의 현지 중개인을 통하게 마련인데 여기서부터 「검은 거래」가 꿈틀댄다.
무기수입국이 구매선을 결정할 시기가 다가오면 「컨맨(CUNNING MAN의 은어)」으로 통칭되는 중개인들은 구매국의 군수뇌와 정부고관 등에게 무차별 로비를 벌인다. 이때 윤활유 역할을 하는게 뇌물이다.
거래가 성사될 경우 중개인이 차지하는 커미션은 국가에 따라 다르다. 우리나라 국방부가 인정하는 커미션은 대금의 2%로 400만달러를 넘지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중동국들의 거래에선 거래액의 25%에 달하기도 한다.
◇뇌물스캔들:뇌물을 수반한 무기 거래가 스캔들로 직결된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다나카 총리의 사임을 촉발한 일본의 록히드 사건과 85년 영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 군용기 등 56억달러규모의 무기를 팔면서 중개인을 통해 사우디 왕족에 4억2,000만달러를 지불한 「사우디 커넥션」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에는 빌리 클라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이 88년 벨기에 경제장관 재직시절 이탈리아 아우구스타 헬기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뇌물을 착복한 사실이 발각돼 결국 해임됐다.
◇무기거래상:개인차원에서 세계최고의 무기판매실적을 기록중인 커밍스와 사우디출신의 아드난 카쇼기, 독일계 유타 지몬이 이분야에선 3대 거상이다. 커밍스는 26세때 무기중개회사를 설립, 40여년간 이 분야에서 활동해왔으며 언제라도 10개사단을 무장시킬 수 있는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동 무기시장의 1인자인 카쇼기는 아랍 권력층과 긴밀한 커넥션을 맺고 있는 인물. 역시 26세때부터 록히드사 대리인으로 출발, 분쟁지역에 무기를 대며 막대한 수수료를 챙겨왔다.<이상원 기자>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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