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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사실성·조화된 연기 갈수록 재미(TV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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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사실성·조화된 연기 갈수록 재미(TV평)

입력
1996.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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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민 애환 진솔히 표현 성인들에 추억 일깨워연탄불을 갈려면 매케한 가스 때문에 눈을 찡그리고 불구멍을 맞춰야 했다. 어쩌다가 한밤중에 불이 꺼지면 구들은 금방 냉골이 되고, 어머니는 방을 덥히기 위해 한참 잠을 설쳐야 했다.

KBS2 주말연속극 「첫사랑」(조소혜 극본, 이응진 연출)은 70∼80년대초 도시민들의 생활 속 애환을 되살려 이들의 추억을 자극한다. 이미 오래전에 잊었다고 여겼던 그때의 냄새와 소리와 서정이 이 드라마를 통해 아직도 우리의 오감에 남아있음을 느끼게 된다. 숱한 화제를 낳았던 「목욕탕집 남자들」의 후속 프로그램으로 시작된 「첫 사랑」은 처음에는 「목욕탕…」의 후광으로 좋은 출발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시청률은 더욱 높아졌고 14회를 마친 현재 부동의 인기 드라마로 자리를 잡았다.

성인들의 옛추억을 일깨우는 것 외에도 「첫사랑」의 인기 비결은 여러가지가 있다.

과장과 비약을 절제한 사실적인 내용을 들 수 있다. 한여자와 그에 대한 형제의 사랑, 부자와 서민의 갈등, 이웃의 군상 등 드라마가 펼쳐놓는 내용은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이다. 드라마 전체가 차분한 분위기이지만 이러한 사실성에 힘입어 시청자들은 더욱 긴장을 느끼고 몰입되는 듯하다.

잘 짜여진 출연진과 그들의 자연스런 연기도 한 몫한다. 이승연(효경 역) 최수종(찬혁 역) 배용준(찬우 역) 등 주인공 역을 맡은 세 연기자는 정상의 인기를 구가하는 톱스타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스타성을 감추고 드라마 속에 녹아드는 연기를 해내고 있다. 김인문 송채환 윤미라 박정수등 연기파 탤런트들의 조화로운 연기 합창도 쏠쏠한 재미를 전한다.

최근들어 30대 이상을 위한 드라마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한동안 청소년을 겨냥한 자극적이고 요란한 트렌디 드라마가 대세를 이루었었다. 자기 취향의 드라마를 볼 수 없었던 성인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래서 새로운 유행이 반갑다. 「첫사랑」의 성공은 성인용 드라마의 유행을 더욱 오래 지속시킬 수 있을 것이다.<권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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