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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고도」서 펼치는 보테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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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고도」서 펼치는 보테로전

입력
1996.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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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활동 콜롬비아 작가 통념깬 권위조롱 대가/청동·회화 등 100여점 경주 선재미술관서 전시뚱뚱한 모나리자, 우스꽝스럽게 부풀려진 군인…. 개념이나 사물에 대한 통념을 깨는 작업으로 세속적 미와 권위를 조롱하고 공격했던 콜롬비아작가 페르난도 보테로(64)의 작품이 「천년고도」 경주를 찾아왔다. 18일 경주 선재미술관(0561―745―7075)에서 개막된 보테로전에는 청동조각 8점, 회화 50여점, 데생 30여점, 조각소품 12점 등 그의 대표작 100여점이 출품됐다. 보테로의 예술세계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전시회는 내년 1월31일까지 계속된다.

48년 무명의 삽화가로 그림인생을 시작한 그는 50년 유럽에 건너가 명작을 모사하는 과정을 거쳐 대가로 성장해갔다. 스페인 프라도미술관의 고야의 그림에서는 풍자기법을 익혔고, 벨라스케스의 작품에서는 세밀한 묘사법을 배웠다. 56년 멕시코 여행 때 접한 전통벽화는 과감한 확대와 과장된 양감으로 작품에 입체성을 불어넣게 한 교범이 됐다.

그는 76년 파리비엔날레를 통해 비로소 세계화단의 눈길을 끌었고, 92년 파리 샹젤리제거리의 야외조각전은 세계적 작가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됐다.

93년 뉴욕현대미술관의 「20세기 라틴아메리카예술가전」에는 육중한 남녀인물상과 동물상, 정물화를 출품,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의 작품은 대통령, 성직자, 군인 등 권위를 상징하는 인물을 풍자하고 사회 부조리를 고발한다. 대신 평범한 인물의 과장된 모습을 통해 그들의 삶을 찬양하고 노래를 부른다.

이번 전시회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만화인물처럼 유머러스하게 그린 「모나리자」, 벨라스케스의 작품을 재구성한 유화 「스페인 정복자의 자화상」 등이 선보이고 있다. 특히 바람기 많은 신 제우스에 납치된 유로파를 소재로 한 「유로파의 강탈」은 제우스를 장난감같은 황소로 격하하고 유로파는 여왕으로 표현, 서구중심 또는 약육강식의 시각을 꼬집는다.

선재미술관 큐레이터 김선정씨는 『작품의 소재와 기법을 고전에서 차용하고 회화와 조각의 영역을 넘나들며 자유롭게 표현한 그는 전통복귀와 다원화추구라는 점에서 포스트모더니즘계열에 속한다』고 말했다.

18일 하오 6시에 열린 보테로전 개막식에서 폴란드 쇼팽음악원교수인 루드진스키와 연세대 교수 윤성현씨가 보테로의 작품세계를 주제로 작곡한 음악을 연주했다.<최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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