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 “예산낭비·부실” 시끌/도공 정보안내판·효산콘도 둘러싼 특혜시비/신공항·제2경인고속도 바다모래 사용 폭로/국내영화 취약성·지하철 먼지 등 사회문제로15대 국회의 첫 국감에서도 적지않은 비리의혹과 부실행정이 드러났다. 하지만 현정부출범직후 우후죽순처럼 폭로된 6공비리에 비하면 대폭 줄었다는게 중평이다.
도로공사가 정보안내판 설치업체를 민주계 김진억씨가 개입한 코리콤으로 선정, 1,000억원대의 특혜를 주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한화갑 의원·국민회의) 또 신공항 급유시설과 관련, 건교부가 평점이 높은 아시아나-유공 대신 한진-LG를 업자로 선정, 적합성여부에 대한 논란을 야기했다.
경기 양지의 효산콘도도 시비거리로 등장했다. 장학로 전 청와대부속실장에 뇌물을 준 효산콘도가 허가가 나오기 힘든 시티21 콘도의 건축허가를 받았고 지난해 감사원은 그 문제점을 적발하고도 감사를 돌연 중단했다는 것이다. 교육위에서는 보안사항인 주요대학 학과의 수능시험 커트라인이 입시학원에 유출된 의혹이 제기됐다.(설훈 의원·국민회의) 재경위에서는 수천억∼수조원의 괴자금을 저리로 쓰라는 제의가 기업체들에 왔다는 폭로가 있었다.(김원길 의원·국민회의)
경부고속철도 상리터널, 조남1터널이 인접한 폐광으로 치명적인 위험요인을 안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고속철도 공사현장의 기술자 절반이상이 자격증 미소지자라는 지적이 있었다.(이규택 의원·신한국) 신공항고속도로 제2경인고속도로 등 주요 도로가 100% 바다모래를 사용, 부실위험을 안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안동선 의원·국민회의)
공정거래위가 지난 7, 8월에 진로 해태 등 대기업의 위장계열사를 밝혀내고도 침묵하다가 행정위가 증인채택을 하자 자진신고형식으로 이를 공개했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다.(이석현 의원·국민회의) 또 금호건설의 하청업체들이 민원을 냈으나 공정거래위의 처리지연으로 일부 하청업체가 부도를 당했다는 비판도 있었다.(이윤수 의원·국민회의) 지하철 5호선은 개통 1년만에 누수 56건, 균열 22건이나 되는 등 총체적인 부실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부고속철도의 11개 공구에서 38회의 설계변경으로 1,400여억원이 추가소요됐으며 총예산도 10조7,000여억원에서 18조원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신공항부지조성의 설계변경으로 603억원의 비용이 늘었으며 다목적댐 건설사업도 공기연장 등으로 1조4,000억원 이상의 추가비용이 발생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문예진흥원의 임직원 퇴직자중 10억원 이상 수령대상자가 12명이나 되며 14억원을 받게 될 사람도 있다는 사실도 폭로됐다. 마사회의 경우도 1년3개월 근무한 여직원이 3,600여만원의 퇴직금을 받아 『나라 돈은 보는게 임자』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금년 국내상영 영화 307편중 62편만이 국산영화였다는 통계가 제시되면서 우리 영화업계의 취약성이 다시한번 부각됐었다. 서울 지하철의 일부구간은 발암성 먼지인 PM10이 기준치를 초과하고 있으며 일산화탄소는 지상의 2.15배, 이산화질소는 1.3배라는 통계도 있었다. 이와 함께 일부 역에서는 유해물질인 라돈이 기준치 이상으로 나타났다는 지적도 나왔다. 성인남자 5명중 1명꼴로 알코올 중독성이 있다는 충격적인 자료가 공개됐으며 수백명의 외국인이 국내에서 산업스파이로 활동중이라는 안기부보고도 있었다.<이영성 기자>이영성>
◎달라진 것/치밀한 준비·대안제시 부각/실정·권력형 비리 파헤치기는 소홀한 감
여야는 20일로 96년 국정감사가 완료됨에 따라 자체적인 국감평가보고서 작성에 착수했다. 여야가 이번 국감에서 한결같이 평가하고 있는 대목은 과거의 인기위주, 폭로위주 감사를 지양하고 치밀한 사전준비와 전문성있는 연구를 통한 정책대안 제시에 충실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국감의 또 다른 기능인 정부의 실정과 권력형 부정비리를 파헤치는 차원의 감사는 그다지 부각되지 못했다는 평이다.
감사에 임했던 의원들의 높은 출석률과 의욕적인 자세 또한 과거보다는 높은 평점을 받을 만하다는 지적이다. 금년 국감의 두드러진 특징중에서 여당의원의 대정부비판 수위가 많이 높아진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여당의원이라고 해서 종전처럼 무조건 정부측을 옹호하지 않고 부실한 답변이나 판에 박은 수감태도에 대해서는 그 자리에서 수감기관을 질책하는 모습도 눈에 많이 띄었다.
특히 전문성을 갖고 있는 초선의원들이 각종 여론조사와 현장취재를 통해 마련한 현실감있는 자료를 토대로 감사에 임한 것은 분명히 과거와는 달랐다. 건설교통위와 농림해양 수산위에서는 여야의원이 공동으로 설문조사에 나서는 등 팀웍을 발휘했다든지 자료요청을 위한 창구를 일원화하는 등 실효성있는 감사에 주력하는 모습도 눈여겨 볼 만했다. 또한 야당의원들이 시간절약을 위해 서면답변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도 과거에는 흔치 않던 일이다.
다만 이번 국감은 이른바 「안보정국」이 조성된 상황에서 치러졌다는 점에서 예년에 비해 국민의 관심도가 다소 떨어진 감이 없지않았다. 그런만큼 자연히 구체적인 제보나 감사진행과정에 대한 언론등 외부의 문제제기 또한 부족했다는 평이다. 이같은 지적은 수감기관의 부정·비리가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게 드러났고 언론에도 그다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는 결과와도 연관지을 수 있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지난 몇년동안의 국정감사를 통해 수감기관의 고질적인 문제점들이 이미 수차례 지적된바 있는데다 문민정부출범 이후 각종 개혁작업이 이루어져 행정의 투명성이 그만큼 제고된 결과라고 주장하고 있다.<정진석 기자>정진석>
◎기록으로 본 국감/자정 넘기기 7차례·17분만에 끝내기도/증인·참고인 2,605명자료 1,500건 요구의원도/재경위 매일 감사·운영위는 하루만에 종결돼
15대 국회에서 처음 실시된 이번 국감은 부활된지 9번째로 갖가지 흥미있는 기록을 남겼다. 당초 결정된 국감대상기관은 모두 340개였으나 남북관계 긴장으로 통일외무위는 재외공관 6곳에 대한 감사를 취소했다. 내무위는 정회소동으로 경기도 경찰청 감사를 하지못했다.
이번 국감은 초재선의원들의 열정으로 자정을 넘어 「이틀간」 진행된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 상임위가 밤 12시무렵까지 감사를 벌였고 내무위와 환경노동위는 밤 12시를 넘긴 경우가 각각 3차례에 이르렀다. 17일 내무부에 대한 내무위 감사는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지난 4일 한강환경관리청에 대한 환경노동위의 감사는 새벽 1시50분까지 진행됐다. 가장 짧은 시간이 소요된 경우는 재경위의 조세연구원 감사로 불과 17분만에 끝나 「수박겉핥기」라는 비난을 받았다.
17일 현재까지 집계된 의원들의 자료제출요구 건수는 모두 3만3,957건으로 지난 95년(4만15건) 94년(3만6,553건)보다 적었다. 문공위 길승흠 의원(국민회의)은 1,500여건을 요구, 최고를 기록했다. 내무위 김옥두 의원(국민회의·1,300여건) 문공위 최재승 의원(국민회의·1,000여건) 보건복지위 김홍신 의원(민주·650여건)등도 많은자료를 요구했다. 상임위별로는 내무위가 6,607건으로 가장 많았으나 정보위는 63건으로 가장 적었다.
또 국정감사 기간중 모두 2,538명의 증인과 67명의 참고인이 출석, 감사를 받았다. 이 가운데 기관장과 부서장이 아닌 일반증인과 참고인은 각각 30명, 25명이었다. 상임위별로는 환경노동위가 11명의 증인과 18명의 참고인을 국감장에 내세워 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행정위는 박건배 해태그룹 회장과 장진호 진로그룹 회장 등 기업대표 5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또 건설교통위에서 경부고속전철관련 참고인으로 채택된 프랑스 유코레일대표 프란시스 베르통씨는 유일한 외국인이었다.
감사기간은 20일이었지만 실제로는 17일간 실시됐다. 16개 상임위중 재경위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국감을 벌인반면 운영위는 하루만 감사를 실시했다.<김광덕 기자>김광덕>
◎국감 베스트/김영일·김원길·이동복 의원 등 전문성 호평/김영환·김홍신 의원 현장확인기발착상도
18일로 사실상 마감된 15대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여야의원들의 성적표는 어떻게 나타날까. 여야 각당은 소속의원들이 예년보다 정책대안제시로 국감수준을 한차원 높였다고 자평하고 있다. 특히 한건주의식 폭로를 지양하는 대신 철저한 현장조사를 통해 문제핵심에 접근하는 초선의원들의 활약은 돋보였다.
신한국당은 건교위의 김진재·김환 김영일 의원, 통산위 맹형규 의원, 환경노동위의 이신행·김문수 의원 등을 「국감 베스트」의원으로 꼽고 있다. 국민회의는 교육위의 이협·설훈 의원, 재경위 김원길 의원, 행정위 이석현 의원, 통과위 김영환·정호선 의원 등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있다.
자민련은 법사위의 함석재, 통외위 이동복·이건개 의원, 농림수산위 정일영·변웅전 의원 등을 국감스타로 평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환경노동위의 김문수 의원은 20여년간 노동현장 경험과 환경기사 자격증을 가진 전문성을 바탕으로 질의를 벌여 호평을 받았다.
재경위의 김원길 의원은 풍부한 정보와 자료를 근거로 심층적이면서도 합리적인 감사를 했다는 평이다. 그는 카지노업체의 거액탈세와 시중 괴자금의 실체 등에 따른 관련문건을 입수해 폭로, 반향을 낳기도 했다. 통과위의 김영환 의원은 최다 자료요청 외에도 여론조사 등 구체적 현장확인이 뒷받침된 질의로 관심을 끌었다.
통외위의 이동복 의원은 안보 전문가다운 해박한 지식을 활용, 북한 핵협상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져 관련부처를 바짝 긴장케했다. 특히 보건복지위의 김홍신 의원(민주)은 국감예고제 등 기발한 아이디어로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그는 신장염 조기발견을 위한 학생소변검사제를 제안하고 AIDS감염자 통계의 문제점 등을 추궁했다.<손태규 기자>손태규>
◎국감 추태/윽박지르기·폭언·음주·엉뚱한 질의/일부의원 구태 재연 오점
이번 국정감사는 정책질의, 대안제시등 어느때보다 의원들의 열의가 높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일부의원들은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추태까지 부려 빈축을 사기도 했다. 피감관계자에 대한 윽박지르기와 폭언, 음주국감, 본질과 관계없는 엉뚱한 질의, 불필요한 무더기 자료제출요구 등이 재연됐다.
환경노동위의 환경관리공단 국감에서 이해찬 의원(국민회의)은 공단측이 김포쓰레기 매립지의 환경기준치 산출근거를 애매하게 답변하자 『나쁜놈의 새끼들』이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그는 민주계출신 복진풍이사장에게 『○○○과 가까우면 얼마나 가깝다고 이렇게 개판으로 해도 되느냐』라고 험담을 하기도 했다. 행정위의 총무처 국감에서 김인곤 위원장이 조해령 총무처장관에게 『당신은 경합범이고 누범이야』라고 극언, 의원 품위문제가 대두됐었다.
법사위의 서울지검 국감에서 의원들이 저녁식사중 양주 10여병을 비워 술에 취한채 국감에 임해 또다시 「취중감사」라는 비난을 받았다. 통상산업위의 통상산업부 감사에서 의원들이 저녁식사하러 나갔다가 술을 마시고 밤늦게 회의장에 들어와 감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곧바로 산회를 선포하기도 했다.
내무의의 서울시 감사에서는 이규정 의원(민주)이 갑자기 『조순 시장은 무소속으로 시정을 운영,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한뒤 『내년 대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할 의향이 없느냐』고 엉뚱한 질의를 해 주변으로부터 눈총을 받았다. 건교위의 이원범 의원은 고속철도공단 감사에서 참고인인 프랑스유코레일사 베르통씨를 불러놓고 『우리는 미테랑을 신뢰하지 않는다. 규장각도서도 왜 반환하지 않느냐』고 엉뚱한 질문을 하기도 했다.
재경위의 중소기업은행 감사에서는 김정수·노승우 의원(이상 신한국)의 질의서 내용이 똑같아 무성의한 감사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밖에 상당수 의원들이 사전준비 소홀로 엉뚱한 질문을 했다가 피감기관으로부터 망신을 당한 경우도 적지않았다.<권혁범 기자>권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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