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반확보 예상속 주요야당 연정 거부/투표율 60% 못미치는 사상 최저 우려【도쿄=신윤석 특파원】 자민당이 20일 열릴 일본 총선에서 사실상의 단독 정권으로 부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자민당의 과반수획득이 예상되고 신진 민주 사민당 등이 17일 거대 자민당과의 연립에는 부정적 견해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신진 민주 사민당 수뇌부는 이날 일제히 자민당의 과반수획득 가능성에 우려를 표명하고 야당으로서 견제기능을 수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편 자민당과 사키가케는 16일 간사장회의에서 선거후 연정구성 의사를 재확인해 자민당이 과반수를 확보할 경우 사키가케, 보수계 무소속 당선자, 신진당 탈당 인사 등을 끌어들여 사실상의 자민당 단독정권이 성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편 이번 선거에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유권자가 마이니치(매일)신문 조사에서는 54%, 요미우리(독매)신문 조사에서는 67%로 각각 나타나 전후 최저였던 93년 중의원선거 투표율 67.26%를 밑도는 것은 물론 60% 이하의 저조한 투표율을 나타낼 것으로 일 언론들은 우려했다.
◎자민 선전 이유는/“정권안정=경기회복” 기대/국민들 거창한 공약보다 생활대책에 관심
당초 예상을 뒤엎고 자민당이 선전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본의 선거분석가들과 정치평론가들은 안정정권 출현만이 경기회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유권자들의 기대감이 자민당 복귀정서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출사표를 던진 각당은 거창한 행정개혁, 안보·외교공약을 내걸고 있지만 역시 국민의 관심은 피부에 와닿는 경제문제와 경기대책이라는 것이다. 도시에서는 상공회의소가, 지방에서는 농협이 『경제를 위해 자민당 지지』라는 분위기를 선도하고 있다.
이는 경제계가 선거에 가장 깊은 관심을 표명하는 데서도 잘 나타난다. 경제단체들은 이례적으로 한표 행사와 공약준수를 호소하고 나서 경제위기를 타개할 정권출현 기대를 우회적으로 표시하고 있다. 닛케렌(일경련) 네모토 지로(근본이랑) 회장은 8일 선거공시 직후 『전 유권자가 투표해 정치가를 독려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논평을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동우회는 모든 회원과 거래선 회사조직을 통해 투표참가를 호소하고 투표일이 일요일이지만 출근하는 사람들의 경우는 지각도 인정해 주기로 했다. 투표율이 낮으면 경기회복대책을 추진할 강력한 정권의 출현 자체가 기대하기 어렵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이와 함께 경제계는 각당이 내건 경기대책과 규제완화 공약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공약준수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거품경제 붕괴 이후의 긴 불황터널을 벗어나 올들어 간신히 경기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공약들은 경제계에는 절대절명의 사안들이기 때문이다.
경제단체들은 표면적으로는 어느 당 지지도 표명하고 있지 않지만 보수 재통합에 의한 강력하고 안정된 정권탄생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차선책으로 「오랜 친구」인 자민당을 미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해석이다. 투표율 제고 운동도 투표율이 떨어져 노조의 조직표가 상대적으로 힘을 발휘하게 되는 것을 염려하는 속마음 때문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도쿄=신윤석 특파원>도쿄=신윤석>
◎에이즈환자 의원 첫 탄생 눈앞/민주 대판 비례대표 1번 이에니시
20일 실시되는 일본 총선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에이즈 환자 의원이 탄생할 전망이다. 신생 민주당소속으로 나라(나량)1구 중의원선거에 출마한 이에니시 사토루(가서 오·36) 후보가 그 주인공. 그는 민주당 오사카(대판)블록 비례대표 1번으로 올라 있어 선거구에서 낙선하더라도 새 선거법에 따라 의원직을 차지하게 된다. 에이즈감염자들에 대한 멸시와 차별에 항의하는 뜻으로 붉은 리본을 달고 다니는 이에니시가 이번 총선에서 내건 공약은 『일반국민의 알권리를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자신이 정부의 고질적인 정보은폐의 최대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혈우병환자였던 그는 82∼85년 미국에서 수입된 비가열 혈액제제를 복용하다 에이즈에 감염됐다. 당시 정부가 비가열제제의 위험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숨기는 바람에 1만2,000명의 혈우병환자가 에이즈에 감염됐다. 이들은 약을 공급한 일본 녹십자로부터 보상을 받는등 긴 법정투쟁끝에 승리했지만 이미 400여명은 사망한 뒤였고 나머지 환자들에게도 비참한 여생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이 문제에 대한 정부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해 국민의 신망을 얻은 민주당 창당 주역인 간 나오토(관직인) 후생성장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이에니시는 당선되면 그에 이어 후생성장관이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죽기전에 고통받는 사람의 편에 서는 행정을 펴 보겠다』는 게 그의 소망이다.<김준형 기자>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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