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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대학살/로버트 단턴 지음(화제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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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대학살/로버트 단턴 지음(화제의 책)

입력
1996.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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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학·인류학 성과흡수 새로운 역사 해석역사가들에게 무시되거나 사료로서 가치가 불투명하다고 의심을 받아왔던 자료 속에서 의미를 캐내는 작업을 통해 「아래로부터의 역사형성」과정을 보여준다. 프린스턴대 사학과 교수인 로버트 단턴은 프랑스 농민의 민담, 파리의 한 인쇄소에서 벌어졌던 고양이죽이기 소동, 몽펠리에 주민이 만든 도시설명서, 경찰관의 조서, 「백과사전」의 서문, 한 서민의 서적주문서 등을 주제로 쓴 6편의 논문을 토대로 18세기 프랑스사회의 다층적 모습을 재구성한다. 84년 발표한 이 책은 역사서술의 방법론 논쟁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했다.

1730년대 파리 생 세브랭가의 한 인쇄소. 소년견습공 두 명은 그들이 잡은 고양이들을 모의재판에 회부한 뒤 교수형에 처했다. 그들은 다른 인쇄공의 기분전환을 위해 이 소동을 20여회에 걸쳐 팬터마임으로 재연했고 그 때마다 폭소가 터져나왔다. 무엇이 그렇게도 즐겁게 만들었을까. 고양이죽이기 소동은 고양이도 안먹는 썩은 고기를 던져주는 부르주아에 대한 반발과 노동에 지친 인쇄공들의 단잠을 방해하는 고양이에 대한 보복에서 비롯된 것으로 초기 자본주의사회의 야만적인 단면을 보여준다. 또 귀족가정의 유모였던 농촌아낙네들을 매개로 농촌의 민담이 귀부인들 사이에 애호됐다는 과정을 추적, 문화가 위에서 아래로 흐를 뿐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역류한다는 것을 입증한다.

민속학과 인류학의 성과를 토대로 역사를 해석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그 시대를 구성한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 설사 그것이 지배계층의 목소리와 모순된다 하더라도 문화해석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조한욱 교수가 옮겼다. 문학과지성사간·1만4,000원<여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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