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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비조작·북침설까지 “날뛰는 유언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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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비조작·북침설까지 “날뛰는 유언비어”

입력
1996.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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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정보 불법유통의 사례들/“대선후보 아들이 병역기피 했다”/“모재벌 부인 개그맨과 놀아났다”/“톱탤런트가 그룹회장 아들 임신”/사회 불신·불안 조장 엄청난 폐해사설정보의 불법유통은 사회적·개인적으로 큰 폐해를 끼친다.

최근 무장공비 침투사건에 대해 PC통신에 띄워진 글들을 보자. 『무장공비 충성 맹세문 중 「적화통일」 「자유세계」라는 용어는 북한에서 실제 사용하는 말이 아니다. 무장공비침투사건은 조작됐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핵무기가 없지만 한국전 발발시 핵탄두를 생산, 사용할 것이다. 김정일은 한국내 혼란스런 정치상황을 탈피하기 위해 미국과 한국이 북침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등. 안보관련 유언비어들은 국론분열을 조장하고 국가안보체제를 저해한다. 국내의 이적불법단체들이 PC통신망을 적극 활용해 활동하고 있으며 일부 글들은 인터넷 등을 통해 해외 친북세력등에게 악용되고 있다.

허위 정보들의 상당부분은 국내 정치에 관한 내용이다. 정치자금 수수설, 대선부재론, 개헌론, 특정지역배제설 등 모략성 정보가 정치 불신을 조작하고 민심을 자극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A씨의 장남이 병역을 기피했으며 차남도 신검시 5급 판정을 받았다』는 등의 대선후보군에 대한 인신공격성 유언비어들이 무차별적으로 유포돼 분위기를 흐리고 있다.

고위공직자나 기업인 등 유력인사의 동향이나 스캔들, 비리 등 미확인 신원정보도 사회혼란을 조장하고 개인 명예훼손, 사생활 침해 등의 부작용을 불러일으킨다. 최근 떠도는 「모그룹회장부인과 개그맨과의 염문설」, 또 다른 「그룹회장과 톱탤런트의 임신설」 등도 PC통신 등을 통해 급속히 확산된 것이다. 사회지도층 인사에 대한 악성 루머는 지도층의 권위를 실추시켜 악영향을 끼친다.

심부름센터 등 정보용역업체에서 마구잡이로 행하는 전화도청, 미행감시 등은 인권침해의 여지가 크다. 지난해에는 인천 G심부름센터가 한 목재회사로부터 해고자의 동향 파악을 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18차례 전화를 도청한 녹취록을 4,000여만원을 받고 넘겨주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같은 풍토가 일반화하면 국민 전체적으로 불안과 불신이 확산될 우려가 크다.

증권가 등 재계에 떠도는 허위정보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막대하다. 증권가의 유언비어는 주가 조작과 경제질서 왜곡을 가져온다. 유언비어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행정력이 낭비되는 경우도 종종 일어난다. 경쟁기업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 유포는 기업간에 불신을 조장하고 경제질서 문란을 초래한다.

지난 2월 대표적인 우량금고였던 H신용금고는 지역내 부도업체인 「S전자에 거액을 뜯겼다」는 악성 루머 때문에 10일동안 200억여원의 고객예금이 인출돼 경영 위기를 맞을 지경에 이르렀다. 회사측이 부랴부랴 해명에 나서고, 경찰 조사결과에서도 사실무근임이 밝혀졌으나 H금고는 뒤처리로 진땀을 빼야 했다.<김경화 기자>

◎어떻게 유통되나/사설조직 통해 비밀 수집·날조/음해성 정보까지 무분별 살포

정보화 시대가 도래하면서 유해정보를 접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사설정보기관을 통한 유해정보의 유통이 위험수위를 넘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불법 정보조직이 판치는 대표적인 곳은 증권가. 명동·여의도 등 증권 1번지에는 정보지발간조직, 증권투자클럽, 무허가 증권투자자문업체 등 사설정보수집·유통조직이 수십개에 달한다. 모든 정보조직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가 각종 비밀자료를 고가에 매수하거나 검증이 안된 정보를 무분별하게 공급해 해를 끼치는가 하면 특정기업에 대한 음해성 정보를 고의로 유출하는 등 폐단을 드러내고 있다.

심부름센터 등에서 개인정보를 마구 수집, 유출하는 것도 사설정보수집체계의 문제점을 드러낸다. 지난해 100억원 이상의 자본금을 가진 업체만이 재경원 허가를 받아 신용정보업을 할 수 있게 한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뒤 상당수의 흥신소가 소규모 심부름센터로 축소해 개인의 의뢰를 받아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업으로 하고 있다.

젊은 층이 선호하는 PC통신을 통한 유해정보 확산도 심각하다. 우리나라에 보급된 PC는 현재 900만대. PC통신 및 인터넷 가입자만 140만명에 달한다. 하이텔 등 4대 통신망에는 매일 2,500여건의 문서가 올라오는데 관련기관에서는 해악을 끼칠 정도로 사실을 왜곡한 유언비어가 통신망별로 매일 5∼15건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지역에 상관없이 동시다발적으로 정보확산이 이루어지는 PC통신은 익명성때문에 무분별한 정보가 마구잡이로 공개된다. 정보의 보고인 PC통신이 「양날의 칼」로 일컬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설정보조직을 통해 불법적으로 수집되거나 날조된 정보는 고가에 판매되거나 불법적으로 이용된다. 허위정보를 정치권이나 언론기관에 흘려 유언비어를 재생산하는 일이 허다하다. 15대 총선때도 상대 후보의 약점을 잡기위해 도청기 등을 동원한 사례가 발각됐다. PC통신을 통한 무책임한 유언비어 유포도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조철환 기자>

◎규제 어려운 이유/단속 법규없어 “사각지대”/진원지 추적 어렵고 도청장비 등 첨단화

사설정보의 유통에 대한 단속이 사실상 제대로 이루어지지않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관련법규의 미비가 가장 큰 원인이다. 사설정보유통에 대한 규제장치가 미비하기때문에 단속할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심부름센터의 경우에는 설립을 허가 또는 규제하는 근거규정이 전혀 없기 때문에 사실상 단속의 손길이 미칠 길이 없다. 사실상 「정보」는 법적 규제를 교묘히 피하는 단속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색출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정보유통수단이 개인용 컴퓨터, 팩시밀리 등을 이용, 개인화·다양화하고 있어 유해 정보의 진원지 추적이 어려워졌다. PC통신의 경우에는 개인용 ID로 이용자를 식별하기 때문에 전화번호 추적이 불가능하다. 사설정보업체에서 사용하는 도청기 등 각종 장비들도 첨단화하고 있다. 또 법적 처벌을 위해서는 적발한 정보가 허위임을 밝혀야 하는데 일부 「루머」는 사실에 입각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불법 사설정보유통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점은 정보수요의 폭등이다. 각종 기업체 증권사 정치인등 정보를 원하는 대상이 급증하면서 정보를 사고파는 「정보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정보수요가 있는한 법망을 뚫고서라도 정보 공급이 이어지게 마련이다. 이와 함께 증권감독원, 정보통신부산하 정보통신윤리위원회, 검·경 등 단속에 적극 나서야할 유관기관의 의지부족도 문제가 된다. 인력과 단속장비의 부족, 처벌법규 부족 등 때문에 서로 떠넘기기에 바쁜 실정이다.

따라서 사설정보유통을 효과적으로 단속하기위해서는 우선 법률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 불법사설정보 유통에 대한 단속과 처벌에 대한 규정이 필요하다. 심부름센터 등 용역업체에 대한 법규도 보강돼야 한다. 특히 PC통신의 경우 신분확인을 거쳐 가입신청을 받도록 부가가치통신업체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검·경, 증권감독원, 안기부등 유관기관끼리의 합동단속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유관기관이 자료를 공유해 일제 단속에 나서는등 단속의지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김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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