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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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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6.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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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천시는 인구가 12만3천여명밖에 안되는 작은 도시이다. 전국의 72개 시중에서도 시세가 거의 하위에 속한다. 말이 시일뿐이지 경기도의 큰 군보다도 작다. ◆그러다보니 큰 기업체가 있을리 없다. 또 재벌그룹은 고사하고 대기업도 별반 없다. 기껏해봤자 중소단위의 기업이 있는 정도다. 그러니 애경사에 조의금이나 축의금을 낼 때 뭉칫돈이 왔다 갔다할만한 그런 도시는 결코 못된다. ◆그러한 작은 시의 시장이 장남을 결혼시키는데 1억7천만원의 축의금이 모였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다. 설령 그게 가능했다면 정재균 시장이 엄청나게 득인심해서 시의 거의 모든 가구가 십시일반으로 축의금을 낸 경우를 가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가상은 불가능하다. 민선으로 시장이 된지 1년도 안돼 치른 혼사에 그 정도의 거액을 시민들이 스스로 낼만큼 그가 좋은 시정을 폈다는 평가를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게 아니었다면 정시장이 받은 축의금 규모는 참으로 불가사의하리만큼 많다. ◆그렇지 않아도 정시장의 장남 결혼식때 읍·면·동별로 축의금을 거둬 전달하는 시직원이 정해져 있었다고 한다. 춘향전에 나오는 변학도의 가렴주구 얘기는 소설속에서는 있었어도 오늘날, 그것도 민선시절에 이런 시장이 있었다니 기가 찬다. 이러한 공직자가 있는 한 공직사회의 부정과 부패 척결은 구두선에 그칠 수 밖에 없다. 진위야 경찰의 수사로 가려지겠지만, 사실이라면 이런 공직자는 가차없이 들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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