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자코프와 동맹·지역군 창설 등 행보 도전 간주/라이벌들 연합공격 가능성도… 레베드 태도 주목다음달 중순 심장수술을 받게될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크렘린궁을 둘러싼 권력투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알렉산데르 레베드 국가안보위원회 서기(46)를 전격 해임했다. 이번 조치의 발단은 아나톨리 쿨리코프 내무장관(50)이 레베드가 쿠데타를 기도하려하고 있다고 폭로함으로써 비롯됐다.
쿨리코프는 레베드가 최근 내무·국방부에 공문을 보내 기존병력에서 각 지역별로 3,000여명씩을 차출해 모두 5만여명의 「러시아 지역군」을 창설, 자신의 지휘아래 옮길 것을 지시했으며 이를 이용해 쿠데타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쿨리코프는 레베드가 이 부대들로 각지역을 장악, 러시아를 사실상 통치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레베드는 이를 즉각 부인하기는 했지만 옐친은 정확한 사실을 쿨리코프에게 보고토록 지시하는 등 레베드의 이상동태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레베드는 최근 공수사령부를 방문해 국방부가 98년까지 병력수를 150만명에서 120만명으로 감축할 계획에 대해 비판하는 등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를 계속해 왔다. 레베드는 또 옐친이 해임한 알렉산데르 코르자코프 전 대통령 경호실장과 정치적 동맹관계를 추진하는 등 옐친에게 도전하는 행동도 보여왔다.
이 때문에 옐친은 자신의 건강이상을 틈타 레베드가 볼온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의심을 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옐친의 최측근이자 레베드의 강력한 라이벌인 아나톨리 추바이스 대통령 행정실장이 레베드의 이같은 행동을 옐친에게 직보하고 그의 해임을 건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역시 차기 대권주자인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총리도 레베드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어 그의 해임에 동조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레베드는 옐친의 수술을 앞둔 불확실한 정국상황에서 라이벌들의 「연합공격」으로 안보위원회서기직에서 축출된 것으로 해석할 수있다. 옐친은 6월 대통령선거 제1차투표에서 3위를 한 레베드를 자신의 재선을 위해 영입했으나 레베드가 최근 러시아에서 가장 인기있는 정치인으로 부상하는 등 유력한 차기 대통령감으로 떠오르자 더이상 그의 독주를 용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옐친은 93년 자신의 정적으로 떠오른 알렉산데르 루츠코이 부통령과 루슬란 하스불라토프 최고회의 의장을 정치적으로 매장키 위해 의회를 무력 해산하는 강경조치를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러시아 정국은 권력투쟁으로 크게 혼란을 겪고 있으며 병중에 있는 옐친의 권력기반마저 과거와는 달리 불확실한 상태이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엄청난 유혈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해임된 레베드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할지도 현재 예측할 수 없어 러시아 정국이 어떻게 급변할지 한치 앞을 가늠키 어렵게 됐다.<이장훈 기자>이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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