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진술」 싸고 검변 설전/“도청 시민군 TNT 자결시도 사실 아니다”/“갱생원생 복면시위대 소문듣고 제보한 것”12·12 및 5·18사건 항소심 3차공판은 5·18사건 관련 증인 4명의 증언과 강길조씨(54·당시 전남방직 직원)의 피해자 진술로 진행됐다. 그러나 강씨의 피해자 진술권을 재판부가 채택한 것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간에 설전이 벌어지는 등 관심은 강씨의 진술에 모아졌다.
○…피고인측 석진강 변호사는 강씨가 폭행당한 사실은 피고인들의 내란죄 구성과 무관해 강씨의 법정진술은 규정에 어긋난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김상희 부장검사는 연행후 계엄군의 가혹행위에 대해서는 진술이 충분치 않아 강씨의 증언이 꼭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15분여 공방이 계속되자 권성재판장이 『내란의 구성요건이 폭동이고 여기에는 폭행·협박도 포함되는 만큼 폭행 피해자인 강씨는 내란의 피해자로 볼 수 있다』고 정리했다.
○…재판에 앞서 권성재판장은 첫증인인 광주피해자 이양현씨(46)에게 『근거없는 불확실한 사실을 과장하지 말 것』과 『증인이 위협을 받으면 안되듯이 증인도 변호사나 피고인들을 모욕하면 안된다』고 당부했다.
이씨는 『계엄군의 도청진입 작전때 시민군이 도청에 TNT를 설치해 자결하려 했다는 것이 사실인가』라는 변호인단 질문에 『모월간지 기자가 왜곡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씨는 또 『전남도청 앞 최초의 총성은 「드르륵」하는 M16 연발총소리로 계엄군이 먼저 발포한 것이 분명하다』며 『당시 시위대 앞쪽에는 총을 가진 사람이 없었다』고 증언했다.
○…변호인단은 목격자 김영택씨(60·당시 동아일보 광주주재기자)에게 김씨가 주장한 복면시위대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이양우 변호사가 『당시 군부가 5월24일 광주 무등갱생원 원생들로 구성된 복면부대를 잠입시켜 시위를 선도케한 후 이들을 집단살해했다는 주장이 사실인가』라고 묻자 김씨는 『그런 소문이 있어 검찰에 제보를 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김씨는 정영일 변호사가 『계엄군과 달리 시민군은 칼빈총을 사용했는데 당시 민간인 희생자중 26명이 칼빈총상인 것으로 검찰의 검시조서에 나와 있다』고 말하자 『검찰의 검시 조서가 잘못됐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재판이 열린 417호대법정은 빈 자리가 20여개나 돼 이 사건 재판이후 가장 적은 인원이 방청했다. 재판에는 박준병·장세동·최세창·신윤희·박종규 피고인을 제외한 전두환·노태우피고인등 11명이 법정에 나왔다. 전·노씨는 건강악화설 속에도 불구, 모두 건강한 모습. 입정후 전씨는 검사석을 한참 응시했는데 김상희 부장검사와는 가벼운 목례를 건넸고 재판뒤에는 오랜만에 피고인들과 환하게 웃으며 수인사를 나눴다.<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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