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나라티모르의 음모」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호주의 신문기자인 존 필거와 영국의 영상 저널리스트 막스 스탈등이 동티모르주민들의 독립의 열망과 이를 진압하려는 인도네시아당국의 추적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동티모르에 잠입해 그 실상을 찍은 것이다. ◆이들은 91년 11월 옛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동티모르의 한 장례식장에 모인 군중을 향해 인도네시아군이 무차별 사격을 가해 1백여명을 학살한 현장을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이들이 제작한 이 영화를 영국의 독립TV(BIT)가 방영, 동티모르 참상이 전세계에 알려지게 됐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2천㎞ 떨어져 있는 오지인 동티모르는 75년 독립을 선언한 직후 인도네시아가 이를 합병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이를 통치하는 동안 대부분 가톨릭신자인 이곳 인구의 3분의 1이 줄었다는 것이 정설로 되어 있다. ◆이처럼 참상이 20년동안 계속되는 데도 미국 등 강대국들은 인도네시아의 눈치를 보느라 이곳 주민들의 어려움을 애써 외면해 왔다. 이 영화도 36개국에서 상영될 때까지 한동안 미국에서는 상영조차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를 사실적으로 말해 주고 있다. ◆금년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동티모르의 분리·독립을 주장해 온 조세 라모스 오르타와 카를로스 필리페 시메네스 벨로 가톨릭주교가 선정됐다. 이로써 동티모르문제는 세계적 관심을 끌게 됐다. 수하르토 대통령이 15일 동티모르를 방문하는 등 인도네시아측의 경계심도 만만치 않지만 이번 기회에 동티모르의 인권상황이 조금이라도 개선된다면 이들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그나마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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