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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필과 장영주 TV 생중계(음악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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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필과 장영주 TV 생중계(음악노트)

입력
1996.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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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밝은 해야 솟아라. 어둠을 살라먹고 해야 솟아라… 시인의 염원처럼 그 미소, 그 표정, 해처럼 맑고 건강한 모습. 티 하나 없이 천년을 그대로 이어온 한국인의 얼굴. 제 자식보다 사랑스런 온 국민의 딸,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빈 필과 장영주의 협연이 텔레비전을 통해 전국에 생방송된 지난 일요일 저녁, 모처럼 흐뭇함과 행복함을 느꼈다. 적어도 이 순간만은 세계 최고의 문화도시로 일컬어지는 오스트리아 빈 시민처럼 우쭐해도 좋을 문화국민이 된 듯 했다. 텔레비전의 막강한 전파력에다 공연 현장이 생생하게 전달되는 생중계의 매체적 특성이 결합되어 온 국민이 한 차원 높게 문화 가치를 호흡한 참으로 기쁜 방송, 바람직한 방송이었다.

그간 양식있는 시청자들은 우리 방송의 역할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왔다. 천편일률적인 낯뜨거운 통속적인 내용의 드라마를 동일 시간대에 편성해 경쟁을 일삼거나 시청 선택권을 박탈하는 일방적 강요가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그 뿐인가. 텔레비전 개국 이래 수십년을 스포츠왕국 건설에 앞장선 채 국민정신의 에너지원이랄 수 있는 순수 고급문화를 외면했었다. 근자에는 이 세상에 10대 청소년만 살고 있는 양 현란하고 감각적인 쇼 프로그램 일색이어서 개탄의 소리가 높았다. 선진국 어디에 이같은 일방적 획일성이 존재할까.

말이 무섭다 무섭다 하지만 그보다 무서운 것이 국민정서다. 그 국민 정서를 형성하는 데 텔레비전보다 강한 영향력은 없다. 때문에 황금시간대에 빈 필과 장영주 협연처럼 온 가족이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수준높은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게 필요하다. 한 때 「웃으면 복이 온다」는 시절이 있었고 드라마를 보느라 수돗물 사용이 끊어지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세상은 참 빠르게 변한다. 이제는 방송이 과거를 과감히 떨치는 개혁을 스스로 단행해야 한다.

장영주의 감탄스런 연주는 참으로 훌륭했다. 빈 필하모니가 세계 정상의 꽃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에겐 해외유학에서 돌아와 활동하는 장영주의 언니 오빠들이 수없이 많다. 그리고 KBS교향악단과 서울시립교향악단, 각 지방 교향악단이 국민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제 방송이 국민음악 개선과 이들 국내 음악가들에도 듬뿍 애정을 가져주어야 한다.

일전 KBS의 「가을콘서트」의 신선감에 이어 MBC가 이같은 공연 실황을 생중계한 것은 거듭나는 방송의 문화실천 의지로 느껴져 반갑기 그지없다. 카메라 작업에 심혈을 기울인 생중계 화면을 보면서 국민의 문화선택권에 다양성이 주어지는 전기가 되기를 바랐다.<탁계석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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