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민영화·노동법 개정 등 “추진”“백지화” 혼선/정치적 입김에 일관성 상실 경기회복 “최대 걸림돌”주요 경제정책들이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경제정책에 대한 정치적 재단이 많아져 핵심정책들이 수정과 번복이 계속되면서 경제의 예측가능성은 더욱 떨어지고 있다.
공기업민영화는 불과 석달전만 해도 「전면·조기추진」방향으로 진행됐었다. 그러나 한승수―이석채 경제팀 출범이후 「신중론」이 강력 대두되더니 이젠 내년예산에 민영화계획이 반영된 담배인삼공사를 포함, 대형공기업의 「선경영정상화 후민영화」, 즉 민영화를 당분간 백지화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민영화 유보이유는 대형공기업 매각에 따른 「특혜시비」. 정권에 엄청난 부담을 안겨준 6공말 제2이동통신파문의 재현을 정부는 우려하고 있다. 문제는 석달전이나 지금이나 객관적 상황엔 전혀 변화가 없는데도 정책방향이 180도 선회했다는 점이다. 애당초 실무선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조기민영화」방침은 처음부터 혼선의 씨앗을 잉태하고 있었다.
노동관계법 개정도 매우 불투명하게 돌아가고 있다. 「노개위결정을 기다린다」는 공식입장에도 불구, 경제팀 일각에선 연기론도 대두되고 있다.
제3자개입금지 복수노조허용 정리해고제도입 등 핵심현안에 대한 노사간 이견이 첨예한 상황에서 노동관계법 개정은 어떤 형태로든 정부에 「상처」를 줄 수 밖에 없다. 이런 정치적 부담탓에 경제팀엔 이미 노동관계법 개정과 관련, 함구령이 내려졌고 추진시기·방법을 둘러싼 고위정책당국자간 불화설마저 나돌고 있다. 노동관계법 연내개정이 물건너갈 경우 금융기관 구조개편을 위한 「고용조정제(정리해고제)」도입도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대재벌정책 방향을 가늠케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도 사정은 마찬가지. 현경제팀 출범이후 「기업활력회복」논리가 경제정책의 전면에 등장하면서 고단위 재벌규제책인 친족독립경영회사제 도입은 이미 백지화했지만 당정 및 부처간 이견으로 입법절차진행은 여전히 지연되고 있다.
해외투자에 대해선 「귀에 걸면 귀고리,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원칙없는 대응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자본시장개방에 따른 해외자본 과잉유입의 부작용에 대한 지적에 대해선 「자본유출촉진」, 즉 해외투자활성화를 처방으로 제시하면서도 실업이나 산업공동화의 우려가 나오면 「해외투자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해외투자를 하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는 것이 기업들의 하소연이다.
경제가 정치의 일부이고 집권후반부로 접어들수록 경제정책에 대한 정치적 판단의 개입폭은 커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정책이 일관성보다는 임의성으로 흐르고 정부 스스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일 때 가뜩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민간부문의 경영활동은 더욱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경제난타개를 위한 기업활력회복의 최대 걸림돌은 바로 중심없는 경제정책이란 지적이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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