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현동 도시가스 공급기지 대폭발 참변과 대구지하철 공사장내 가스폭발사고를 겪은지가 채 2년이 안된다. 그러나 우리의 도시가스 사고에 대한 안전 불감증은 조금도 달라진게 없다. 일요일인 13일 서울에서 3건, 울산에서 1건 등 4건의 도시가스 사고를 보노라면 무서운 폭발물이나 다름 없는 도시가스관을 다루는 공사현장의 작업방식이 무모하고 원시적이어서 사고가 날 수 밖에 없음을 알고도 남는다.서울의 한 공사장에서는 포클레인으로 하수도 보수공사를 하다가 잘못해 도시가스 공급관을 파손시키고 그대로 매설, 한참 후에 가스가 새어나와 주민들이 대피 소동을 벌이면서 가스관 파손을 알게 됐다. 다른 건축현장에서도 지하방수 시설을 하다가 2백㎜ 도시가스 공급관을 파손, 파손된 구멍에 진흙과 물이 새어들어 가스 유출을 막았으나 그통에 인근 1천5백세대에 대한 가스공급이 중단됐다. 또 다른 곳의 사고도 비슷했다. 울산에서는 도시가스 공급회사가 LNG관을 매설하면서 용접도중 도시가스관이 폭발해 1시간 동안 도시가스 불기둥이 치솟는 사고를 냈다.
이 사고들에서 보듯이 도시가스관이 지나는 지하를 파는 공사장에서 지하매설물, 특히 폭발위험성이 높은 도시가스 공급관을 다루는 방식이 너무나도 엉터리였다. 그러니 파손사고가 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울산 사고처럼 도시가스 전문 공급회사가 하는 공사장에서 마저도 가스가 흐르는 공급관 틈에서 겁없이 용접공사를 할 정도로 안전불감증에 걸렸다니 기가 찬다.
94년 12월 아현동 도시가스 공급기지 대폭발 사고 이후 서울시는 지하의 도시가스 공급관 매설지도를 만든다고 부산을 떨었으나 지하 매설지도가 완성됐다는 후문은 듣지 못했다. 현대 도시처럼 지하에 도시가스관, 전기선, 전화선이 복잡하게 묻혀있는 상황에서 지하를 파는 공사를 하자면 지하매설물 지도는 필수적인 것이다. 그것 없이 공사를 한다는 것은 깜깜한 밤길을 불빛없이 걷는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니 땅만 팠다하면 가스관 파손 사고가 나기 마련인 것이다.
이같은 공사현장의 안전의식 부재와 가스사용자의 안전사고 불감증을 질책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공사현장에 지하매설물 지도의 비치를 의무화해 가스관 등 지하매설 파손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을 하지 않는 한 행정당국의 직무유기 또한 따져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복잡다기한 시설물이 지상은 물론이고 지하에까지 만재한 현대도시에서 가공할 도시가스 폭발 참변이나 지하 통신시설 화재와 같은 엄청난 피해를 막자면 지상처럼 훤히 볼 수 있는 지하매설물 지도를 제작, 공급하는 과학 행정을 서둘러야 한다. 때문에 일반시민과 공사현장의 안전의식을 일깨우는 일 못지않게 행정 당국의 안전의식도 달라져야 함을 강조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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