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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연습실 「에피파니홀」 무료개방 13년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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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연습실 「에피파니홀」 무료개방 13년째

입력
1996.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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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음악인들의 ‘친근한 명소’/정트리오 등 저명 연주자들 애용/40평 아늑한 공간엔 ‘추억’도 만발음악인들 사이에 서울 방배동의 음악연습실 에피파니홀은 낯설지 않은 명소다. 정명훈·경화·명화씨의 정트리오,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씨 등 세계적인 한국인연주가들을 비롯, 올들어서만 첼로의 다니엘 샤프란, 바이올린의 길 샤함, 첼로의 스티븐 이설리스 등 한국을 찾은 많은 외국인연주가들이 이 곳을 이용했다.

이 홀의 주인은 세 자매 음악가 허트리오(본보 10일자 21면 보도)의 부모 허참(58·명지유통 사장)·홍애자씨(58·수필가)부부. 나란히 붙은 아파트 두 채를 사서 한 쪽은 살림집으로 쓰고 다른 쪽에 홀을 마련, 무료 공개해온 지 올해로 13년째다. 처음에는 딸들의 연습실로 사용했다. 음악과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던 집안이 세자매의 유학으로 적막해지자 부부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다른 연주가들에게 홀을 개방했다.

방음장치가 된 40여평의 아늑한 공간에 피아노 2대와 쳄발로가 놓여 있고 차를 끓여 마실 수 있는 작은 부엌, 손님방 두 개가 딸려 있다. 연주가들이 방해받지 않으며 연습하고 편히 쉬어갈 수 있게 집주인 내외는 식구처럼 정성을 다한다. 안주인 홍씨는 「늙은 비서」를 자처하며 그들의 연습을 돕는다.

「에피파니」는 「주의 나타남」을 뜻하는 히브리어. 1남 5녀 중 맏이인 장녀가 둘째 아기를 가졌을 때 하늘에서 떨어진 글자를 줍는 태몽을 꾸었는데 글자를 맞춰보니 신기하게도 「에피파니」였다고 한다.

에피파니홀에는 많은 추억이 서려 있다. 그 중에서도 지난 겨울 이곳을 다녀간 정명훈씨 이야기는 압권이다. 리허설을 마친 뒤 녹초가 되어 돌아온 그를 위해 푹 자라고 집안의 전화선을 모두 뽑아버렸다. 그런데 정씨는 한술 더 떠 벽시계까지 떼어 방문 밖에 내놓더라는 것. 방명록을 들춰보니 고맙다는 인사말과 연주자 이름이 빼곡한데 지난해 왔던 대머리 피아니스트 조지 윈스턴의 서명이 재미있다. 한글로 쓴 이름 옆에 「대머리」라고 발음기호을 달았다. 곧 내한하는 라자르 베르만, 이보 포고렐리치, 세종솔로이스츠 등도 이 홀을 쓸 예정이다.<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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