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향한 대탈출/11일 매복→탈출→총상→숲 은신/어제 낮 우리 초소에 수건 흔들어33시간이 넘는 사투였다. 13일 귀순한 북한군 곽경일 중사는 총성과 포성이 어지럽게 얽힌 가운데 하루 반나절의 숨막히는 사투 끝에 자유를 찾을 수 있었다. 우리 군이 밝힌 귀순경위는 곽중사가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절박한 상태에서 구사일생했음을 알려준다.
곽중사는 11일 저녁 해가 진 뒤 매복에 들어갔다. 그가 속한 민경대대는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색과 매복활동을 하는 부대. 우리 군으로 치면 전방사단의 수색부대와 같다. 민경대대는 통상 일몰 30분 뒤에 2인1조로 매복을 위해 DMZ로 투입된다.
곽중사는 12일 새벽 4시께 함께 매복하고 있던 동료에게 핑계를 대고 매복지점을 벗어났다. 칠흑같은 어둠 속을 기다시피 움직여 철책선과 인접한 구선봉에 접어들자 머리 위로 빨간 신호탄이 피어 올랐다. 그가 돌아오지 않자 동료가 신고를 한 것이었다.
이어 저지조의 요란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수풀 속에 몸을 숙였지만 콩볶는 듯한 소리와 함께 총알이 비오듯 쏟아졌다.
곽중사는 이 과정에서 부상했다. 북한군도 곽중사가 던진 수류탄에 2명이 숨지고 1명은 동료에 업혀 북쪽으로 되돌아 갔다. 곽중사는 혼신의 힘을 다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일단 사정권은 벗어난 것 같았다. 그러나 1시간 뒤 쯤 후방이 다시 요란해졌다. 그를 찾기 위해 추가병력이 긴급 투입됐기 때문이다. 1시간 뒤쯤에는 박격포탄의 굉음이 들렸다. 포탄이 떨어진 지점은 곽중사가 있는 곳에서 훨씬 남쪽이었다. 날이 희붐하게 밝아왔다. 북측은 추격을 포기한 것 같았다. 짙게 우거진 수풀 속에 몸을 숨겼다. 그제서야 한기가 느껴지지 시작했다. 얼마를 지났을까. 사방을 둘러보니 남쪽으로 5백m지점 쯤에 한국군의 초소가 눈에 들어왔다. 쓰러질 듯한 몸을 추스르면서 뛰고 또 뛰었다. 주머니에서 헝겊수건을 꺼내 나뭇가지에 걸고 귀순의사를 밝히며 세차게 흔들었다. 그에게 자유를 안겨줄 깃발이었다. 13일 낮 12시50분. 곽중사는 우리 군의 품에 안겼다.<홍희곤 기자>홍희곤>
◇비무장지대를 통한 올해 귀순자
5월23일 이철수(대위) 미그19기로
7월11일 최승찬(민간인) 예성강∼강화도
7월24일 박철호(민간인) 강원 철원 북방
8월16일 장철봉(하사) 경기 연천 북방
10월13일 곽경일(중사) 강원 고성 북방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