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날아간다. 온갖 잡새가 날아간다』재계에 때아닌 「새 타령」이 유행하고 있다. 기업을 새(조)에 비유하여 「새의 탈출」, 즉 기업의 해외투자가 붐을 이루고 있음을 표현한 것이다.
정부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날아드는 새(기업)는 거의 없고, 집안에 있던 새마저 날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공동화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환균 재정경제원차관은 최근 재계인사들과 만나 공장의 해외이전을 자제해 달라고 특별당부했다. 『해외투자분의 절반정도만 국내에 투자되었더라도 불황의 골이 이토록 깊지는 않았을텐데…』 정부 당국자들의 한숨이다.
새들은 왜 정든 보금자리를 박차고 만리타향으로 날아가는가. S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업도 생물이다. 기업의 생존본능은 여느 생물보다도 강하다. 해외탈출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고 설명했다.
재계는 이와 관련, 현대그룹의 일관제철소 건립계획을 정부가 어떻게 처리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만약 외국기업이 한국에 일관제철소를 건설하려고 한다면 정부는 어떻게 처리할까. 선진국들도 여왕 대통령 총리 등이 나서 투자유치를 하고 있는데…. 또 철강수급전망과 신규진출허가는 어떤 상관관계를 갖고 있는가. 수급전망의 범위는 내수시장인가 세계시장인가. 자동차 가전 섬유 조선 석유화학 등 한국의 간판산업 가운데 내수시장만을 목표로 육성된 것은 있는가. 현대제철이라는 「큰 새」가 과연 한국에서 둥지를 틀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 문제는 특정그룹의 이해관계를 떠나 신재벌정책 신산업정책 신규제완화정책 등 문민정부 후반기의 경제정책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투자가 없는 경제는 미래가 없다. 지금의 불황도 투자부진 때문이다. 『새가 날아 들게 하라』. 정부의 「경쟁력 10% 높이기 운동」도 이 명제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또 실패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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