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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거품제거 계기로(껍데기는 가라: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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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거품제거 계기로(껍데기는 가라:결산)

입력
1996.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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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가 10월 문화의 달을 맞아 기획한 「껍데기는 가라」시리즈가 13일 10회로 막을 내렸다. 시리즈는 공연 전시 출판 문학 학술 종교 등 우리 문화 전반에 만연된 병폐와 구조적인 문제 및 거품현상을 집중적으로 진단,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앞으로 껍데기 없는 내실있는 문화를 육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문가들의 제언과 충고를 듣는다.<편집자 주> ○음악의 본질로 돌아가자

▲탁계석씨(음악평론가)=각자 제 위치에서 자기 반성을 해야 한다. 모두 좀 더 진지한 자세로 거품을 걷어내고 음악과 예술의 본질로 돌아가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 본질적인 것만이 미래가 있다. 그리고 각급 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문화소비자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지식을 가르쳐야 한다. 우리 문화의 현주소를 점검한 이 시리즈가 그 계기가 되기 바란다.

○연극인 실험정신 회복을

▲오세곤씨(연극평론가)=우리 문제를 우리 식의 표현양식으로 무대화하는, 즉 한국적 연극의 재정립이 요구된다. 연극인 스스로도 실험정신을 회복하고 대사 한마디라도 정확하게 소화, 관객에게 호소력있는 무대를 꾸미려고 정성을 다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정부나 사회 각계의 관심도 중요하다.

○자기과시 무용 탈피해야

▲김채현씨(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무용의 경우 교수들의 실적용 무용, 자기과시용 무용에서 벗어나 공연 자체를 상품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차원에서 공연문화에 대한 투자는 물론, 무용애호층을 넓히기 위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림값 합리화 서두르자

▲최병식씨(미술평론가)=국립미술관과 기업미술관 등이 신인작가를 발굴하고 국내 현대미술의 흐름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획전을 늘리는 한편 작품구입에 있어서도 상품성보다는 작품성에 기준을 두어야 한다. 세계 최고로 알려진 작품값을 합리화하기 위해서는 화랑협회 차원에서 호당가격제 철폐의 대결단을 내리고 경매제도입도 서둘러야 한다.

○개성있는 출판사 양성을

▲전병석씨(문예출판사 대표)=상업성 위주의 편향적 출판을 지양, 개성이 강한 출판사를 만들겠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출판이 지식산업내지 문화산업이라는 의식을 갖고 독창적이고 전문성있는 책을 내도록 노력하는 것만이 출판계가 살아남는 길이다.

○문학상 상업화 막아야

▲이동하씨(문학평론가)=문학상 심사위원들이 권한을 갖고 문학상의 상업화를 막아야 한다. 문학상 주최측이 다른 문학상의 눈치를 보면서 후보작이나 수상작 선정에 관여하는 것을 막으려면 심사위원이 먼저 양식과 권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간판·온정주의 벗어나자

▲이길상씨(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교육학)=합리적 경쟁보다는 간판이나 온정주의가 지배하는 한 학문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교수에 대한 평가가 소속 대학 간판이 아니라 개인의 실적에 기초해야 하며, 연구실적도 양적 평가에서 질적 평가로 전환돼야 한다.

○종교 세속화 경계해야

▲윤이흠씨(서울대 교수·종교학)=상업주의, 성장제일주의, 이익집단화추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종교가 인간구원이라는 본연의 의무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도덕적 각성이 필요하다. 세속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가는 종교는 도덕적 권위를 상실할 수 밖에 없다. 종교는 물질주의와 이기주의를 배격하고 「삶의 가치를 창출하는 도덕적 집단」으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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