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 무대·매너 등 “프로란 이런 것”… 국내 공연문화 변화 자극도마이클 잭슨의 서울공연은 대중문화계에 커다란 충격을 던졌다. 관객에게는 쇼가 줄 수 있는 최고의 기쁨을 맛보게 했고 공연 관계자들에게는 진정한 엔터테이너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보여줌으로써 아마추어리즘을 극복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잭슨은 철저히 연출된 상품으로서의 쇼를 보여주었다. 「전성기를 지난 가수」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많은 관객은 「쇼란 이런 것이구나」하는 경이로움마저 느꼈다. 특히 똑같은 메뉴의 TV쇼에 식상해 하던 관객들은 360도 회전조명, 3차원 컴퓨터그래픽, 다연발 폭죽, 공중회전무대 등 처음 보는 무대연출에 신선함을 맛보았다.
마이클 잭슨은 내한기간에 말을 극도로 아낀다든지, 스케줄을 일체 비밀에 부치는 비밀주의, 경호우선주의를 지나치게 앞세워 팬서비스에 부실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반대로 그같은 스타의식이 연예인으로서의 신비감을 지속시켜준다는 점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일부 국내연예인은 기회만 있으면 자기 전문분야가 아닌 타장르를 넘본다. 또 앞다퉈 각종 토크쇼와 DJ프로그램에 출연해 시시콜콜한 사생활 이야기를 늘어놓음으로써 청소년 팬들의 환심을 사려한다. 노래나 연기 등 자신의 직업으로 정면승부하는 자세는 찾아보기 어렵다. 프로페셔널 의식이 없는 셈이다.
공연내용에서도 마이클 잭슨쇼는 많은 것을 일깨웠다. 무엇보다 「립싱크(Lip―Sync·녹음된 음악에 따라 입만 움직이기)」를 당연시하는 우리 가요계 풍토를 돌아보게 했다. 대부분의 국내가수들은 가짜마이크를 귀에 건 채 오로지 춤만 보여준다. 그같은 풍토에 대한 문제의식도 없다.
잭슨은 9월초부터 시작된 세계 순회공연 일정 때문에 성대에 통증을 느끼면서도 2시간 10분 동안 날고 뛰고 연기를 하며 대부분 직접 노래했다. 우리나라 가수들이 『춤 때문에…』 립싱크를 할 수밖에 없다는 말은 스스로 가수임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시민운동이 제 몫을 못한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등 50개 종교 여성 시민단체로 구성된 마이클 잭슨 내한공연반대 대책위원회는 당초 공연저지운동을 펴다가 미인권단체들의 저항에 부딪치자 18세 이상의 성인에게만 티켓을 판다는 조건의 감시운동으로 후퇴했다. 그러나 결국 청소년입장을 막지 못했다. 일반의 정서를 무시하고 지나친 엄숙주의를 적용하려 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아무튼 마이클 잭슨공연은 우리에게 여러가지를 남겼다.<김경희 기자>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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